[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4·15 총선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선거 공명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불공정한 언론 보도'가 꼽혔다. 4년 전 총선 때 실시한 같은 조사와 비교해 관련 응답이 대폭 증가했다.

선관위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24일 실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15 총선이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응답은 49.8%, '깨끗하게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2.3%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7.9%.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명성 관련 유권자 의식조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33.5%) 때보다 높아진 것이지만 그 사이 치러진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의 55%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이다.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가 29.0%로 1위로 꼽혔다. 이 밖에 '정당 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 27.2%, '검·경의 소극적·편파적 단속' 10.9%, '후보자 사조직 개입' 6.3%, '선관위의 소극적 홍보·활동' 5.3% 등이 요인으로 지목됐다.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이라는 응답은 20대 총선 때와 비교해 9.1%p 증가했다. 반면 '정당 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 때문이라는 응답은 7.2%p 감소했다.

국회의원 후보자 관련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획득하느냐는 질문에서는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의 후퇴, 그중에서도 신문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포털·인터넷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이 43.4%, 'TV' 30.9%, 'SNS'(사회관계망서비스) 9.3%, '주변 사람들' 6.5%, '신문' 3.9%, '라디오' 1.2% 순이다. 지난 총선 대비 '포털·인터넷 홈페이지 등 인터넷'은 34.6%에서 43.4%로 증가했고, 'SNS'도 7.5%에서 9.3%로 늘었다. 반면 TV·신문·라디오 등 전통적 매스미디어를 통한 정보 획득은 지난 총선 44.4%에서 36.0%로 감소했다. 특히 신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는 응답은 8.5%에서 3.9%로 크게 감소했다.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 획득 경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는 81.2%,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층은 72.7%로 나타나 지난 총선 대비 각각 10.4%p, 8.8%p가 늘었다. 지역구 투표 시 고려사항을 묻는 질문에서는 '인물·능력·도덕성' 응답이 지난 총선 대비 35.1%에서 29.8%로 줄었고, '소속 정당' 응답은 16.0%에서 29.0%로 크게 늘었다. '정책·공약'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27.3%에서 29.7%로 소폭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에 대해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정치권 여야의 확증편향 심화로 인한 증오와 배제, 그리고 이에 적극 가담하는 언론이 있다고 봤다.

성 기자는 5일 <확증편향 시대 '증오와 배제' 파는 언론>에서 "'공포 마케팅'의 장점은 확실한 '우리 편' 뿐만 아니라 온건 성향의 지지층과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상황과 거리가 먼 가정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과장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분노, 증오, 불안 등 원초적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폐해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진영대결 양상에 언론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증오와 배제의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재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성 기자는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하며 문재인 정권 심판'을 주장하던 이른바 보수 신문들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며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가 오히려 상승하자 최근 신경질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일 칼럼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서 이긴다면>에서 "코로나 착시 덕 본다는데 이 정권이 운 좋으면 나라 운도 좋은가, 반대인가"라면서 "이번 총선으로 경제를 망친 실험과 선거 공작, 조국 임명과 같은 실정이 정당화되면 정권은 잘못을 고칠 기회를 잃는다. 나라는 물론이고 이 정권에도 불행"이라고 썼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4일 조선일보 칼럼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에서 "온 나라가 멈춰 서고 모두가 힘겨워하는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고 한다"며 "바이러스 앞에 사람들을 무력하게 노출해 놓고 돈과 마스크를 풀어 다독이는 '감염 주도 방역'이 주효했던 모양"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는 언젠가 잦아들지만 선거로 뽑힌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계속 머물 것"이라며 "시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차례"라고 썼다.

조선일보 4월 4일 칼럼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6일 조선일보 <코로나보다 위험한 포퓰리즘 바이러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글로벌 경제이 충격과 총선이 겹치면서 정치권의 선심 공세 경쟁이 뜨겁다"며 "세상에 존재해왔던 모든 좌파적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은 6일 칼럼 <코로나 방역, 박정희의 유산을 발견하다>에서 "문재인 정부는 보수 박정희의 도움을 단단히 받고 있다.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다는 죄목과 박근혜의 추락으로 불명예를 뒤집어 썼지만 그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라는 구조물에서 야당은 '반대하는 당'으로 설계된 방이다. 부당해 보이는 공격도 '악마의 대변인'의 선의가 깔려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은 <지지 국민 양심까지 물들이는 文·조국 도그마>에서 "무조건적 지지에는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할 도덕이나 양심, 이성이나 상식이 들어설 여지가 별로 없다"며 "그래서 역대 정권이 축적해온 민간 의료의 역량을 그나마 고비를 넘긴 방역의 성과가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둔갑돼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그지 못한 걸 합리화하느라 여태껏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며 '개방 방역'이라는 희한한 소리를 해도 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논설주간은 "총선 이후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할 그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하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며 "깨어 있는 국민만이 깨끗하고 합리적이며 유능한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4월 6일 칼럼 <지지 국민 양심까지 물들이는 文·조국 도그마>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이와 같은 칼럼이 문재인 정부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른바 '가짜뉴스'에 몰입하는 극우 성향의 독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주지못해 결과적으로 언론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 기자는 "물론 전통 매체의 난감한 처지는 이른바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이른바 조중동의 최근 '반문재인' 정치 편향성은 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기-승-전-반문재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선관위 유권자 의식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선전화와 유선전화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자세한 사항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