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의 중흥을 위해 올해 야심차게 시작한 현대자동차 2011 KFA(대한축구협회) 유소년 클럽 리그도 개막한 지 어느덧 두 달 가량 지났습니다. 권역별로 오는 8월까지 예선을 치르는 가운데,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푸른 잔디 위에서 마음껏 공을 차고 뛰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프로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이 묻어났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축구의 미래가 참 밝다는 것도 느낍니다.

지난 주말, 서울 북동지역 리그 경기가 열린 서울 공릉동 용원초등학교를 다녀왔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더운 날씨 속에서 어린 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선수들의 모습에서 '힘들다', '덥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격려하고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떤 선수는 상대편이 프리킥을 찰 때 '우리 골 안 먹어' '나만 믿어'하고 외치며 동료 선수들에 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 스로인하는 선수. 공에 시선을 떼지 않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이날 용원초등학교에서는 1시간 단위로 모두 3경기가 치러졌습니다. 어린 학생 선수들의 체력, 공부 일정 등을 감안해 2주에 한 번씩 경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 유소년 클럽리그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요.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어린 선수들은 프로 선수 못지않은 개인 기량과 탄탄한 팀플레이로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경기를 지켜보는 학부모, 주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 깔끔한 태클, 그리고 이를 피해 공격을 전개하는 선수들의 패스플레이는 경기를 보는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선수들끼리 충돌이 발생해 의무진이 경기장에 왔다갔다하는 일이 잦았을 만큼 경기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또는 결정적인 순간이 나올 때마다 학부모를 비롯한 관중들은 함성과 탄식의 목소리를 내며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팀을 이끄는 지도자들 역시 선수들에게 열의를 다해 작전 지시를 하면서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나 감독, 관중까지 분위기만큼은 정말로 프로 경기 못지않았습니다.

▲ 치열한 볼다툼
그라운드에서 열의를 다한 선수들이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또래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경기를 마친 한 팀은 생일을 맞이한 팀내 선수를 위해 학부모들이 즉석에서 생일 파티를 마련하고 다과회를 가지기도 했는데요. 축구 뿐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족, 이웃들과 소통하는 장이 마련돼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팀 동료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축구 자체를 즐기고 하나의 일상처럼 여기는 풍토가 조성되는 데 유소년 클럽리그가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미드필드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펼치는 두 팀 선수들.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압박하는 플레이도 있었고, 태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처음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 현장에 가 봤지만 유소년 축구만의 매력, 느낌을 얻을 수 있었던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환경 속에서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마음껏 공을 차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가능성과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클럽 축구만큼이나 흥미롭고, 매력 있는 축구 리그, 유소년 클럽리그가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많은 팬들을 모을지, 기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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