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근거로 MBC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를 지목한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몇 사람의 진술과 페이스북에 게재된 발언을 취재원으로 삼아 ‘페이스북 저널리즘’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MBC 단독 보도 통해 채널 A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일부 언론은 연일 MBC 제보자를 비롯한 관계자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언론노조는 3일 “지금 대다수의 언론 보도는 의혹과 추정만으로 VIK 투자 사기부터 시작해 검찰 내부의 인사까지 무수한 ‘가능성’의 연쇄 사슬을 메워가고 있다”면서 “사실과 물증으로 가능성의 연쇄를 채워야 할 취재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3일자 조선일보 12면에 실린 <사기전과 MBC 제보자, 뉴스타파·김어준 방송서도 활약> 기사

특히 언론노조는 조선일보 3일자 보도를 꼽아 비판했다. 언론노조가 지적한 보도는 3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뒤 MBC ‘檢 ·言인 유착’보도>다. 조선일보는 동일한 내용으로 인터넷에 <단독/ 채널A기자에 접근했던 친여 브로커, 그는 ‘제보자X’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조선일보는 “MBC의 제보자가 평소 윤석열 검찰총장을 맹비난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현 정권을 극성적으로 지지해온 지모씨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지 씨가 과거 횡령, 사기 등으로 복역했으며 현 정권을 적극 옹호했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가 제보자를 지 씨로 특정한 근거는 페이스북 게시물이다. 지 씨가 ‘이00’라는 가명으로 지난달 24일부터 페이스북에 MBC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을 예고하는 듯한 말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 씨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10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고, 뉴스타파에 검찰 내부 문제를 비판한 제보자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혼자만의 그림을 그리던 사기꾼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의 발언을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조선일보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근거로 그가 출연했던 방송 발언과 비교해 ‘친여 브로커’라고 규정하면서도 그가 대리인임을 확증한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술과 문건의 교차확인과 물증확보가 저널리즘의 기본이라 배운 대학생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질타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채널A 기자의 취재 태도를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채널A 기자가 현재 투자 사기죄로 수감 중인 VIK 이철 전 대표에게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여권의 비위 사실을 알려 달라는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이는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이자 범죄에 가깝다”고 했다.

채널A가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책임있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언론노조는 “셀프 조사가 어떤 신뢰를 얻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를 취재하는 모든 언론사 기자들에게 “채널A기자의 위압적이고 위법적인 취재는 결단코 배격해야 할 범죄행위”라며 “페이스북 저널리즘 같은 기사 작성을 거부하고 양심과 책임에 따른 기사 한줄 한줄이 가장 중요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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