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K리그가 지난 11일 다시 시작됐습니다. A매치 세르비아, 가나전 2연승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승부조작, 부정행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선수, 코칭스태프, 관계자들이 의지를 다지면서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치른 13라운드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8개 구장에서 모두 19골이 터지며 경기장을 찾은 9만 798명의 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과 감독, 박선규 문화부 차관, 관계자들이 공정경기를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모두 4만 4358명의 관중이 운집해 지난 3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 때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K리그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겠다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가장 먼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정말 경기장 분위기는 용광로 그 자체였습니다. 두 팀을 상징하는 '검-빨' 유니폼의 강렬함처럼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N석, W석, E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원정 응원석인 S석 역시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FC 서울 서포터와 다수의 관중들이 '승리서울'을 외침에도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들은 아랑곳 않고 자신들만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그런 응원을 등에 업고 선수들은 공격적인 축구로 화답했고,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1-1로 끝나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많은 공격만큼 골이 많이 나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웠을 뿐 경기 내용, 그리고 분위기는 정말 A매치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 서울 데얀이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좌) 포항의 황진성이 동점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우) ⓒ연합뉴스
경기 하프타임 때는 FC 서울이 배출한 스타 박주영과 정조국이 '홈 커밍데이' 행사로 경기장을 찾아 팬들에 인사를 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두 선수는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팬들과 함께 이벤트도 참여했는데요. 특히 박주영은 결혼을 하루 앞두고 경기장을 찾아 몇몇 팬들로부터 '결혼 축하'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뒤 박주영은 포항 주장이자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형일과 악수를 나눴고, 정조국은 후배, 코칭스태프들과 연달아 악수를 나누며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라는 두 명문 구단이 만났다는 것, 특히 1990년대를 풍미했던 황선홍, 최용수 두 사람이 지도자로서 맞대결을 벌였다는 것, 그러한 감독의 성향에 걸맞게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팬들의 흥미를 불러 모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FC 서울의 변함없는 공격적인 팬 마케팅도 한 몫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박자들이 맞아 떨어지면서 많은 관중이 직접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했고, 그야말로 대박 매치가 벌어지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 최용수,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어쨌든 경기 시작 전부터 하프타임,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까지 모든 분위기가 정말로 유럽 축구 경기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쩌렁쩌렁 울리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고 느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라운드를 맞은 가운데서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13라운드 대결. 지금까지 받은 상처를 훌훌 털고, 다시 뛰는 K리그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경기가 됐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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