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86년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대학에서 배우고 익혀서 부르는 노래 중 지금까지 노랫말을 까먹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 비록 1절까지지만, 그나마 부를 수 있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이다.

소주 잔 앞에 두고 시민운동이랍시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며 가끔씩 이 노래를 부른다. 허물없는 선후배들과 한 잔 걸치며 감정 잡고 시작한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으로 노랫말을 끄집어낸다. 적어도 이 때까지는 ‘예술로서의 음정’에 더 신경 쓴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등장하는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으로 넘어가는 순간 더 이상 예술로서의 음정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감정충만 감정과잉으로 순식간에 접어든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 맺힌다. 가슴이 맺히고 목이 맺히고 눈물이 맺힌다.

퉁퉁 부은 얼굴로 밤새 쿨럭거리며 신음으로 지새던 분이 새벽같이 일어나 시장으로 달려가 그 추운 바닷바람이 생살을 뚫고 들어오는 겨울 아침 시장, 그 곳에 자리를 깔고 맡겨 두었던 옷 보따리를 펼친다. 여전히 쿨럭쿨럭. 하지만 첫 배 타고 뭍으로 온 섬 손님이 ‘몸빼 바지’ 하나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순간, 밤새 신음도 쿨럭거리며 가슴을 쥐어짜던 고통도 사라진 양, 화사한 웃음 짓고 갖은 아양을 다 떨어내며 냉큼 몸빼 바지에 독구리 상의까지 팔아치운다.

중학생 때까지 어머니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일상의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어머니는 집에만 오면 꾀병으로 드러눕고 시장에만 나가면 팔팔뛰는 갓 건져 올린 ‘전어’같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닐 정도로 어머니는 늘 그랬다.

노점 단속이 있을 때는 시장에서 최고의 투사였고 대변인이었다. 경찰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차라리 여기서 우리를 쥑이라’며 대성통곡을 ‘쇼’처럼 ‘연기’처럼 거뜬히 해낸다. 경찰이 어쩔 수 없이 여린 노점의 아낙네를 밀쳐 버리고 돌아가면 어느 새 자리로 돌아와 손님들과 박장대소다.

그런 어머니가 쉰 살을 겨우 턱걸이하고 세상을 떠났다. 화사한 웃음 속에는 평생의 가난으로 인한 골병의 고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자식들조차 당신의 그 고통을 늘 상 그랬듯이 늘 상 신음하며 밤을 지새우는 어머니로만 이해했다가 어이없이 어머니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아들 3형제 공부시키려고 당신 스스로를 제물로 삼았던 어머니이기에 가슴이 맺히고 목이 맺히고 눈물이 맺혀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하고 노래를 맺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만 그럴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렇게 당신들 스스로를 제물로 삼아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지탱했을 터. 그 어머니들이, 아직까지 살아 계신 그 많은 어머니들이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데, 대통령 취임식 날 오후에 쏟아지던 진눈깨비처럼 망발에 망언들을 쏟아내려 이 땅의 어머니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있다.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고 해서 남편이 축하하는 의미로 오피스텔을 선물로 주었다", "(부동산 40여건 보유 및 투기 의혹에 대해)친구에게 놀러갔다가 사라고 해서 대출받아 샀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임야는 은퇴 뒤 컨테이너로 움막을 짓고 공부방을 만들기 위해 샀는데…
부부가 교수생활 25년 하면서 재산이 30억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양반…"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

"배우 생활 35년 하면 140억은 벌 수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내정자

"(경기도 가평군 현리 소재 러브호텔 옆 땅 매입건에 대해)이 땅은 은사인 고 하상락 교수의 묘소 인근이어서...", "(청소년보호위원회 시절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잠시 보관하고 있었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 내정자

에피소드 2. 李 대통령의 장관들, 변명 수준하고는…

▲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現 사퇴)
이명박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중앙여성회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 서울문화재단 이사를 지낸 사람으로 여성부장관 내정자였다가 자진사퇴하였으나, 여전히 KBS 이사자리를 차고 있는 이춘호 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고 해서 남편이 축하하는 의미로 오피스텔을 선물로 주었다", "(부동산 40여건 보유 및 투기 의혹에 대해)친구에게 놀러갔다가 사라고 해서 대출받아 샀다."

나는 그로 인해 걱정이다.

‘신정아는 목걸이 하나에 다이아몬드가 무려 100개나 달려 있는 선물을 받았는데, 나는 달랑 오피스텔 한 개밖에 안 받았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하면 어쩌지….

▲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생명의 숲 가꾸기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제43대 대한 YWCA 연합회 회장을 지낸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

환경운동한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생명의 숲 가꾸기를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그랬는지 몰라도 어쨌든 땅을 너무나 사랑해서 땅에 떨어져 버린 박장관 내정자. 나는 그로 인해 걱정이다.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저처럼 땅을 많이 사 두세요. 투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하고 캠페인을 벌이면 어쩌지….

▲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사무차장, 국가안전기획부 안보통일 보좌관, 국방대학교국방대학원 교수, 경기대학교정치전문대학원 대학원장을 역임한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임야는 은퇴 뒤 컨테이너로 움막을 짓고 공부방을 만들기 위해 샀는데...부부가 교수생활 25년 하면서 재산이 30억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양반인 셈", "아들 영주권을 문제 삼으면 입대시키고 영주권을 포기하게 하겠지만 딸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로인해 걱정이다.

외국인도 필요하면 정부 요직에 기용할 수 있다던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남장관 내정자의 딸을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해 버리면 어쩌지...남 장관 내정자가 임야 매입 때의 초심이 발동하여 넓은 들에 달랑 콘테이너로 움막 짓고 공부하겠다며 들어 앉아 칼럼도 논문이라고 우기며 알박기해버리면 어쩌지….

▲ 유인촌 문화부 장관 내정자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한국이웃사랑회 후원회 회장을 역임한 유인촌 문화부장관 내정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 생활 35년 하면 140억은 벌 수 있다. 배용준을 봐라."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그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더니, 유장관 내정자의 주변 환경이 배용준과 같은 사람밖에 없었나 보다.

나는 그로 인해 걱정이다.

‘한국이웃사랑회 후원회 회장시절에 만난 대부분의 이웃들이 배용준처럼 부자더라. 나는 배우생활을 무려 35년이나 했는데 겨우 140억정도밖에 벌지 못했더라’고 하면 어쩌지….

▲ 김성이 복지부 장관 내정자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한국약물남용상담가협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청소년적십자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 교수인 김성이 복지부장관 내정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가평군 현리 소재 러브호텔 옆 땅 매입건에 대해)이 땅은 은사인 고 하상락 교수의 묘소 인근이고 본인의 고향이 이북(신의주)이어서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매입한 것이다."
"(논문 자기 표절 의혹에 대해) 청소년과 복지관련 문제 의식을 넓히기 위한 열정으로 봐 달라", "(청소년보호위원회 시절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잠시 보관하고 있었다."

나는 그로 인해 걱정이다.

러브호텔과 음식집들 사이에 집 지어 놓고 은사를 그리워하며 노후생활을 하겠다는 김장관 내정자, 순간적으로 비난을 모면하려고 은사의 묘지까지 팔아먹는 분이 청소년들에게 ‘자기기만=열정’이요 ‘공금유용=보관’이며 '적십자=파란십자가'라고 우기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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