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출신 스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때론 열광합니다. 풋풋함이 묻어있는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라며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나도 같이 자란다'는 의식이 더해져 알게 모르게 정(情)을 느끼곤 합니다.

한국 축구에서 그런 느낌을 준 선수는 바로 박지성, 이영표였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로 처음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뒤 2002, 2006, 2010년 월드컵을 거쳐 베테랑으로 성장하고 은퇴한 이들의 모습에서 아마 그런 느낌을 받은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만 해도 풋풋하기만 했던 이들이 벌써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만큼 세월이 흘러 놀라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크게 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왠지 뿌듯함을 느끼곤 했을 것입니다.

약 10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박지성, 이영표가 은퇴한 뒤 한국 축구는 대변혁기를 맞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망한 선수를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고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외모 뿐 아니라 기량 면에서도 '폭풍 성장'을 하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 보니 마치 성장 드라마를 여러 편 찍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조광래호 대표팀 선수들입니다.

이번 세르비아, 가나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이는 확인됐습니다. 이전보다 더 진일보한 기량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젊은 선수들은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이들과 함께 할 한국 축구의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까지 기대되고 주목됐던 2연전 평가전이었습니다.

▲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한국 축구팀의 젊은 피. 왼쪽부터 김보경.지동원.구자철.기성용.이근호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기라드' 기성용의 활약상이 그랬습니다. 허정무호 시절까지만 해도 기성용은 대표팀 막내급 선수로 그저 공격적인 면에서만 두드러진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투박함이 있고 수비적인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뒤,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서서히 약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강한 압박을 통해 일차적으로 저지하고, 몸싸움을 마다 않는 플레이는 기성용의 성장을 더욱 북돋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시야,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킥 세기, 정확도 역시 보다 높아지면서 공격, 수비 양 면에 걸쳐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1년 전에 비해 달라지고 진일보한 기량을 선보여 조광래호의 중심 선수로 다시 떠오르며 성장한 기성용이었습니다.

아직은 '풋내기'인 지동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전방에서 골만 잘 넣는 선수인 줄 알았지만 측면에서도 활발한 몸놀림, 뛰어난 감각을 앞세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정통 스트라이커'에서 '멀티형 선수'의 잠재력을 보여준 지동원의 활약상은 아직 스무 살에 지나지 않은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대형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번 A매치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가나전 결승골을 작렬하며 존재감을 알린 '분데스리거' 구자철도 '제2의 박지성'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맹활약,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까지 진출한 구자철이 보여줄 성장 드라마는 많은 팬들을 흥분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포백 수비의 두 핵심 선수인 김영권, 홍정호, 그리고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올림픽대표팀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김보경, 이승렬 같은 선수들도 성장이 기대되는 신예 자원들입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떤 상대를 만나든지 거침이 없고 자신감이 넘쳐흐른다는 것입니다. 강한 상대를 만나도 끈질기게 달라붙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는 모습은 이전 선배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기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 기술, 팀플레이에서 보다 진일보하고, 선진 축구 수준에 다가가며 '진정한 탈(脫)아시아'를 꿈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 그리고 축구대표팀 전체적으로도 이렇게 변화해나가고 진보해나가는 모습을 함께 하는 축구팬들은 당연히 흥미를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그러면서 큰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낼 때면 나도 모르게 보람,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장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변하듯이 축구 대표팀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아마 한국 축구 사(史)에서도 길이 남을 대표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성공한 기업, 단체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변화하고 성장하며 마침내 성공하는 그 과정 속에서 이를 지켜보는 고객, 독자, 팬들은 열광하고 주목하며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합니다. 아직은 성급해 보일지 몰라도 2002년의 히딩크호만큼이나 뚜렷한 성장 스토리, 그리고 이를 써나갈 잠재력만큼은 풍부한 2011년 조광래호입니다. 이들이 써나갈 성장 드라마,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표팀에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온 많은 축구팬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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