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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시간[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김은희 | 승인 2020.03.31 08:51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십사 년을 함께 산 강아지가 죽었다. 신문사에 보낼 ‘겨를’이라는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밥도 잘 먹고, 잘 뛰어놀던 강아지가 종일 기운 없이 누워 있고, 호흡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병원에 데리고 갔다. 주치의는 없었고, 야간 당직 수의사가 있었다. 응급상황은 아닌 듯 주치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강아지는 상태를 지켜보아야 하니 놓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 시가 넘었다. 잠깐 누웠는데 여섯 시가 넘어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심정지가 왔다는 말이었다. 가는 도중 다시 연락이 왔다. 다시 맥이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올라갔을 때는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다섯 시부터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 시간 반 사이에 강아지는 생과 사를 오가고 있었다.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고, 죽음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일상은 그대로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고, 씻고 일하러 나갔다.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하며. 혼자 있으면 생각나고, 되새겨 보고, 자책했다. 우리 강아지를 대하는 당직 수의사의 손길이 거칠었어. 왜 빨리 연락하지 않았지. 왜. 마음은 하루에 수십 번 벼랑에서 곤두박질쳤다. 일찍 병원에 데리고 갔어야 했어. 집에 오지 말고 병원에 있었어야 했어. 겁이 많은 아이였는데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해 혼자 무서웠겠네. 

1522년 로마에 페스트가 돌 때 봉헌된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밥 먹다 슬퍼지고, 칫솔질하다 슬퍼지고, 걷다 슬퍼지고, 커피를 사려고 서 있다 슬퍼지고, 운전하다 슬퍼지고, 어떻게 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다른 사람에게, 가까운 친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었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십 년 전, 십팔 년을 함께 산 강아지가 죽을 때 알았다.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 나에겐 상처가 되었다. 

며칠 동안 수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나도 모르게 입술을 말아 물고, 자꾸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숨을 쉬려고 가슴을 크게 부풀렸다 뱉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었다. 죽음은 삶의 일부며 연장선이라는 말은 준비할 겨를도 없이,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을 당한 사람에겐 의미 없는 말이다. 

2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후 많은 사람이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 죽음의 그림자가 도시를 뒤덮은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이란은 코로나로 십 분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고 있다고 했고, 스페인은 하루 만에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이탈리아는 코로나 발생 후 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사망자도, 유가족도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고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죽음의 도시로 변한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시는 화장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시신을 감당할 수 없고, 영안실에 시체를 둘 공간이 없어 성당에 관이 차곡차곡 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고 기사가 일반 기사보다 많다. 

이탈리아 사망자 1만명 넘어…31일 조기 게양 '희생자 추모'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탈리아 정부는 31일 전국 시청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하고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해 애도의 시간을 가진다. 죽은 사람이 있고, 남겨진 사람이 있다. 유가족으로 남겨진 사람은 심장 주름 사이사이에 켜켜이 쌓인 먹먹한 슬픔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숨을 쉴 때마다 폐를 찌르는 고통을 느끼며 수없이 자신에게 되물으며 살게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절차가 없다면 끝없는 자책과 슬픔은 증오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의 장례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사망 후 24시간 내 화장이 권고되며, 가족 동의를 얻어 화장 후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무조건 화장을 강행해 논란이 일었던 메르스 때와 풍경이 달라졌을까.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 속에 홀로 남겨진 것은 아닐까.

볕이 따뜻해졌다. 길을 걷다 허공에 시선을 빼앗긴 채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길에서 방향을 잃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손가락 끝을 잡아당기며 입술을 말아 물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울고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 손을 잡아주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안아주자. 그들이, 당신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는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두 팔이 있다. 우리 서로 꼭 끌어안고 기어코 찾아온 봄을, 필연코 찾아올 여름을 건널 것이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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