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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협조 있어야 n번방 재발 막을 수 있다"[인터뷰] 이원모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단장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03.31 08:45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n번방·박사방 사건은 텔레그램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성범죄와 큰 차이를 보인다. 가담자들은 텔레그램 익명성·보안성에 기대 범행을 저질렀지만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에 나서지 않고 있다. n번방·박사방 확산 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이원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 단장은 “텔레그램은 지금부터라도 피해자 목소리를 듣고 대화방 차단, 수사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정보 차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방통심의위는 피해자 신고, 경찰청·여성가족부 협조 요청을 기반으로 디지털성범죄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2018년부터 2020년 2월까지 시정요구(게시물 삭제 및 차단)한 디지털성범죄 정보는 6만 7,375건에 이른다. n번방·박사방 사건 시정요구는 총 198건이다.

미디어스는 이원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 단장을 만나 n번방·박사방 사건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물었다. 이원모 단장은 이번 사건이 기존 디지털성범죄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범죄가 이뤄져 효과적인 디지털성범죄 정보 차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원모 단장은 “텔레그램의 협조가 있어야 n번방·박사방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원모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진=연합뉴스tv)

- 박사방, n번방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의 입장이 궁금하다

흔히 디지털성범죄는 ‘불법 촬영물’이라 불린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는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찍힌 성적촬영물, 촬영에는 동의했지만 불법 유포는 동의하지 않은 게시물을 뜻한다. 이번 사건은 흔히 알려진 디지털성범죄 수준을 넘어섰다. 가해자들은 단순히 엿보는 걸 넘어서 직접적인 범죄에 가담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를 넘어 끔찍한 성폭력·고문에 가까운 범죄다. 방통심의위 역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 온라인 사이트에 유포되는 일반적 디지털성범죄와 달리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에서 벌어졌다. 텔레그램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데, 방통심의위는 어떤 조처를 해왔나

텔레그램 심의는 어려운 부분이다. 텔레그램 운영진과 직접 접촉하면 문제를 잘 전달할 수 있는데, 텔레그램은 운영자를 공개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도 없다. 민원을 접수하는 공식 이메일만 있을 뿐이다. 현재 경찰청도 텔레그램에 접근하려고 하는데 본사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 곤란한 상황이다. 현재 텔레그램 공식 이메일을 통해 n번방·박사방 주소를 신고하고 한국 상황을 정리해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대화방 198건을 폐쇄 요청했고, 다 조치(대화방 폐쇄)됐다.

문제는 직접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 요청 건에 대한 텔레그램의 입장을 알면 좋겠는데, 간접적인 확인만 된다. 박사방·n번방 폐쇄가 우리 요청을 받아들여진 것인지, 우연히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요청 후 곧바로 폐쇄 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텔레그램 측이 방통심의위 요청 이메일을 보고 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다. 답답한 심정이다.

텔레그램은 보안성을 주요하게 여기며 비영리로 운영된다. 그들은 방통심의위 같은 공적 기관에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이번 사건을 계속 방치한다면 평판을 잃을 수 있다. 이용자가 손가락질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텔레그램은 지금부터라도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 불법촬영물을 모두 삭제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텔레그램의 수사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인 디지털성범죄 정보 시정요구가 가능하다.

-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온라인에서 쉽게 유통된다. 유튜브·트위터 같은 대형 사이트는 비교적 철저하게 관리되지만, 중소 해외 온라인 사이트는 관리가 안 된다

한국은 불법 촬영물의 정의를 분명히 내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아동 디지털성범죄는 범죄로 인식된다. 하지만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범죄가 아닌 국가가 있다. 국가마다 적용되는 법과 규율이 다르기에 각국 규제기관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해외 규제기관이 회원사로 있는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에 디지털성범죄 차단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한계가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n번방·박사방 사건이 공론화된 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방통심의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방통심의위가 선제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 신고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선제적 조치가 어렵다. 특히 n번방·박사방 사건은 폐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직접 대화방에 들어가 확인해야 하기에 일반적 수준에서 심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모니터링 기술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 획기적 변화란 무엇인가

현재는 최소한의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30명의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 인력이 직접 디지털성범죄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30명이 모든 디지털성범죄를 파악하는 건 어렵다. 디지털성범죄는 다량으로 유포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AI 기술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 유포를 사전에 파악하고 찾아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방통심의위가 AI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 지 2년이 지났다. 현실성이 있는가?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존 사람에 의한 아날로그적 접근으로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경찰청장과 여가부장관이 국민청원에 답변했듯이 정부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인데, 위원회 입장에서 보았을 때 획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그 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예산 등에 있어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본다.

-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 차원에서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관점에서 보면 시급한 건 디지털성범죄 정보 차단이다. 현재 신고 후 24시간 내 처리하려 하는데, 더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AI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도 인력이 더 필요하다. 최종적 판단은 사람이 내리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 직원 30명이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30명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최소한의 인력이다. 급한 불만 끄는 상황이다. 불만 끄다 보면 다음을 내다볼 수 없다. 디지털성범죄 효과적 대응을 위해선 정보 삭제뿐 아니라 동향 파악·시스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60명은 있어야 진보적인 심의가 가능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인력 증원을 확인해줬기에 기대하고 있다.

- 방통심의위가 2018년부터 2월까지 심의한 디지텅성범죄 정보는 총 6만 7,375건에 이른다. 직원들의 고충이 상당해 보인다

맞다. 디지털성범죄 심의를 위해 관련 자료를 계속 보면 심리적으로 마비가 된다. 특히 이번 n번방·박사방 사건 이후 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가져온 상식과 도덕 기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혼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 방통심의위 심리상담팀이 치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유포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물리적 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온라인이기에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한 폭력행위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다. 피해자가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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