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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베가 괴물 키웠나' 보도 적절했나조주빈 악마화, 성범죄를 특정한 집단 혹은 개인의 성격 결함으로 축소 우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3.27 15:38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으로 고쳐 불러 주목받은 MBC가 정작 자사 보도에서 ‘괴물’ 등 조주빈 씨를 악마화하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한 조 씨가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손가락 인증을 해왔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를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의 문제로 좁혀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MBC <뉴스데스크>는 <'새끼손가락 든 사진' 인증…'일베'가 괴물 키웠나> 제목의 단독 보도를 방송했다. MBC는 조 씨에게 협박받은 여성들이 신분증과 함께 얼굴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공통적으로 새끼손가락을 들고 있다며 ‘손가락 인증’은 ‘일간베스트’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조 씨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일베 회원들만이 사용하는 표현을 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빈번하게 제시한 데다 고교 시절부터 ‘일베 활동을 했다는 동창의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MBC는 “일간베스트측은 조주빈은 일베 회원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비뚤어진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베문화’가 어떤 형태로든 조주빈이라는 괴물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일간베스트를 폐쇄하라는 국민청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MBC<뉴스데스크> 26일 보도 화면 갈무리

이러한 MBC 보도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기피해야 할 보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목과 기사 내용에 등장한 ‘괴물’이라는 표현은 조주빈 씨를 악마화할 수 있어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꼽힌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라 숱한 성착취 범죄자 가운데 하나며 시민이 되기를 실패한 남성일 뿐”이라며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를 끝장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에 성범죄를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게 만드는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는 보도 기준을 제시했다. 이런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조주빈 씨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며 스스로를 악마로 표현했다. 이후 범죄자를 악마화하는 보도는 범죄 추종자들에게 잘못된 영웅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MBC<뉴스데스크>의 26일 단독 보도 화면

조주빈 씨가 일베를 해왔다는 보도 내용은 현재 1만명에서 26만명으로 추정되는 성착취 영상물 제작 및 유포 공범자들을 특정한 집단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 앞서 조주빈 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그가 일베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는 증언은 한국일보 등을 통해 수차례 보도됐다. 이처럼 조 씨 신상과 배경에 주목한 보도는 성범죄의 원인이 그의 성격적 결함에 있었다는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받는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MBC는 일베 유저들이 삐뚤어진 젠더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박사'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이같은 보도를 했을 거라 추정된다”며 “하지만 이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를 ‘일베 유저’만의 문제로 가둘 수 있다. 박사 개인을 악마화하는 것이나 일베 유저라고 문제를 좁히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박사’라는 인물이 n번방 운영자로서 벌여왔던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등의 혐의, 범죄행각만으로도 이미 그의 젠더의식을 알 수 있기에 굳이 ‘일베 유저’라는 내용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는 보도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조주빈의 어린 시절, 성격, 외모, 친구, 가족, 취미, 옷 등은 궁금하지 않다”며 “우리가 궁금한 것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6일 KBS<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런 일을 한 사람이 조 씨밖에 없으면 조 씨의 개인적인 캐릭터에 우리가 몰두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현재도 진행 중인 사람이 몇 명이 포착되어 있고 앞으로도 내내 탄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큰 이유는 무법천지인 사이버 공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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