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지역예선을 3개월 여 앞두고 가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결과, 내용 모두 시원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뻥축구'가 사라지고 패스 위주의 콤팩트 축구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유럽 팀을 상대로 강한 자신감을 가진 조광래호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해 또 다른 희망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전술적 실험, 세대교체 등을 통해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출범 10개월 만에 어느 정도는 드러났습니다. 간결하고 빠른 패스, 변화무쌍한 포지션 움직임, 점유율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이른바 '만화 축구'로도 대변됐지만 초반 이 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축 선수들의 말을 서서히 깨나가며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박지성, 이영표라는 두 주축 플레이어 없이도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전술 운영으로 아기자기한 맛을 지닌 축구로 결과와 내용, 모두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한국 축구도 이제는 예전의 틀을 깰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한판이었습니다.

▲ 한국 축구대표팀 조광래 감독이 가나와의 친선경기에 앞서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연습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점도 노출됐습니다. 후반전에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오히려 중거리슛으로 한 골을 내준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교체돼 들어간 선수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에 주전급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적응했지만 비주전 선수들도 주전급들처럼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보다 다양한 선수들을 실전에 투입시켜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서 본 대회에 가용할 만한 자원들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국가대표팀에 오르내리는 선수들의 기량을 보면 확실히 이전에 비해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감 있게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보여주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예전보다 진보한 선수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인프라 속에서 성장하면서 기량 좋은 선수들을 보면 많은 가능성과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선수들을 더욱 잘 키우려면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쌓고 감각을 키워나갈 만 한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전 선수들 뿐 아니라 기량 좋은 비주전들에게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고, 큰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선수 개인 발전 뿐 아니라 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자원을 찾고 활용하여 '더블 스쿼드'를 갖출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게 팀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팀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여서 그런지 비주전 중에 주전급으로 떠오르는 사례는 조광래호 대표팀에서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윤빛가람 정도가 교체 멤버 가운데 눈에 띄지만 주전, 비주전 간의 실력 차는 조광래호의 '숨은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고 해도 조커 이상의 실력 발휘를 할 만한 기회가 많지 않고, 덩달아 경기를 뛰던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다보니 관심이 가는 '주전급 비주전 선수'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의 팀 구성, 운영이 조직적인 플레이 향상, 안정화된 경기력 면에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나 전력 노출, 기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비주전 자원에게도 주전 못지않은 관심, 기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두 경기 몇 분 투입시키고 마는 것보다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꾸준하게 기회를 줘서 서서히 키워나가고 주전, 비주전의 구분이 거의 없어질 정도의 팀 구성, 운영을 하는 것을 이제는 조광래 감독이 슬슬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빈 틈 없는 팀, 완벽한 팀을 가꿔 나가는 가장 주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베스트11만이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닌 '23명+a' 모두가 재미있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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