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었습니다. 조광래호가 3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 김영권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고 A매치 11경기 무패(아시안컵 4강 일본전 공식 기록은 무승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유럽팀을 상대로 승리를 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주전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잘 녹아들어 제 색깔을 드러낸 것이 큰 성과였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조광래 감독은 4-1-4-1 전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미드필드진을 역삼각형 형태로 포진시키고, 오른쪽 풀백 차두리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공격, 수비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전방부터 압박해 들어가는 형태로 경기를 주도하려 했습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FC 바르셀로나 식의 짧은 패스, 빠른 스피드, 점유율 축구로 승리 해법을 찾아보려 한 것입니다. 이 스타일을 조광래호는 전반 초반부터 후반 막판 실점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 한국-세르비아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서 김영권(4)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터뜨린 뒤 기성용, 차두리, 김정우, 박주영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 무엇보다 돋보였습니다. 두 명의 미드필더, 김정우와 이용래는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세르비아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방부터 효과적으로 압박 차단하면서 원활한 경기 운영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드필드진이 제 몫을 다 해주니 허리 싸움에서 확실히 앞섰던 조광래호는 자주 공격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고, 세르비아 수비진은 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수비 역시 차두리가 오버래핑할 때, 기성용, 홍정호가 커버플레이를 효과적으로 해내면서 강한 세르비아 공격진을 잘 막아냈습니다.

유럽파들의 맹활약은 그 가운데서도 충분히 박수 받을만했습니다. 이들은 명성에 걸맞게 각 포지션에서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탁월한 위치 선정, 훨씬 좋아진 제공권, 여기에 타점 높은 헤딩력과 골 결정력까지 선보이며 첫 골을 뽑은 박주영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또 기성용은 셀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자주 맡으면서 부쩍 성장한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100% 소화해내면서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해냈습니다. 또 차두리는 탄탄한 수비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김영권의 두 번째 골을 완벽하게 도왔고, 이청용도 부지런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돌파 능력을 앞세워 세르비아 측면을 자주 무너뜨렸습니다.

이러한 활약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은 활력 넘치는 플레이로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세르비아를 압도했습니다. 중앙 수비수 출신이지만 이날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했던 기대주 김영권은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력 면에서 쐐기골로 완전히 뒤집으면서 맹활약했습니다. 공격수 본능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정우는 이날도 적극적이고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잇달아 보여줬고, 중앙 수비 홍정호와 이정수 역시 체격 좋은 세르비아를 상대로 탄탄한 벽을 과시하며 합격점을 받을 만 했습니다. 골키퍼 정성룡 역시 최근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딛고 이날 결정적인 선방을 두 차례나 하며 승리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과와 내용, 그리고 선수들 하나하나의 활약상까지 그야말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낸 조광래호였습니다.

물론 후반 막판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실점을 허용한 장면, 후반에 새롭게 투입된 구자철, 정조국, 이승현, 신형민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조광래호의 발전된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선진 스타일의 축구에 눈뜨기 시작한 조광래호의 내일을 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던 멋진 한 판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