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희망조합지부를 개개인의 의견을 중시하는 '인간적인 노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소유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만들기 위해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인 ‘소유· 경영 분리’를 제도화하겠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임시 사옥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 김인중 지부장 당선자를 만났다. 오는 3월 3일부터 수석부위원장 2명, 사무처장 1명과 함께 1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김인중 신임 지부장은 아직 임기 시작 전이었음에도 분주한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 투쟁기간 동안 발생했던 내부 갈등들을 치유하고자 한다”는 김인중 신임 지부장은 “희망조합이 그동안 기치로 내걸었던 ‘공익적 민영방송’의 제도화를 위해 ‘소유· 경영 분리’를 이뤄내겠다”며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임 수석부위원장으로서 ‘희망조합’ 정체성 이어가겠다"

▲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 김인중 지부장 당선자 ⓒ서정은
- 당선소감이 궁금하다.

"지난 3년간 ‘공익적 민영방송’을 기치로 해왔던 OBS희망조합지부의 정체성을 전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인 내가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조합원들이 본 것 같다.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전임 집행부에 대한 지지, 이런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단독으로 출마를 했다면, 아무래도 전임 집행부의 일원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측면이 있어서 약간은 떠밀려 출마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경선이 되면서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경선은 조합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늘리고 관심도 많이 끌게 한 측면이 있다."

- 지부장선거 출마의 계기는.

"2004년 iTV 정파 이후 3년간 ‘공익적 민영방송’을 부르짖으면서 투쟁한 사이 많은 조합원들이 지쳤다. 그리고 OBS가 작년 12월 개국하면서 그동안 기치로 내걸었던 ‘공익적 민영방송’을 실천해야 할 시점을 맞이하게 됐다. 전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지난 3년간의 싸움, 희망조합의 정체성 등을 이어가고 실천하기 위해 출마했다."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은 '소유·경영 분리'"

-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무엇인가.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은 ‘소유·경영 분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iTV때 1대 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을 하기 힘들었고, 실제로 회장이 방송 자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그래서 희망조합이 생겨났고 ‘공익적 민영방송’을 기치로 내걸었다. ‘공익적 민영방송’ 즉, 공공의 가치에 가장 힘을 싣는 방송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주로부터 벗어난 독립적 언론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익적 민영방송’의 가치를 잘 담은 프로그램을 예로 들자면 OBS에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Public Access,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인 <꿈꾸는 U>가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나 사건들을 언론에 보냄으로 해서 여론화시키고 싶은 부분들이 많은데 이에 비해 방송사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것만을 소재로 선택하기 쉽다. <꿈꾸는 U> 같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들은, 시청자가 관심 가지고 있는 사건을 직접 제작해서 여론화하는 장이다. 제도권에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사회적 이슈를 여기에 담아내려 한다."

▲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 김인중 지부장 당선자 ⓒ서정은
- 임·단협에 앞선 설문조사에서 OBS희망조합지부 조합원 65%가 소유· 경영 분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현재 노사가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화를 위해 단협에서 협상중이다. 향후에 방송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소유주,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막아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단협에서 논의 중인 안은 △사장공모추천제 △본부장 중간평가제 △국장임면동의제 △민주적 편성규약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운영규정 △상향평가제 △사외이사노조추천제 △시청자위원 노사 공동추천제 △방송윤리강령 △취재보도준칙 빛 선거방송준칙 등이다. 특히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장공모 추천제의 경우 외부 인사 2명, 사외이사 2명, 사내이사 1명 등 5명으로 구성되는 ‘사장추천위원회’의 외부 인사 2명을 노조와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도록 하려고 한다.

진행중인 임·단협은 넘어야 할 산이다. 많은 조합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오랜 싸움의 결실이 반드시 제도화되어 방송에서 실현돼야 한다. 되도록 빠른 기간 내에 해야겠지만 우리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될 순 없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OBS 임금 수준, 타지역민방에 비해 낮아…임금문제도 중요"

- 소유·경영 분리, 실질임금 회복, 과거 희망조합원들과 경력사원간의 화합 조성 등 여러 공약이 있다. 이중 최우선 과제는.

"‘소유·경영 분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임금도 대단히 중요하다.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임금 문제에 관심이 쏠려있다. 2004년 iTV 정파 후 지난해 6월 입사까지 실직상태에 있었기에 조합원뿐만 아니라 많은 가족들까지도 그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

우리가 타지역 민방에 비해 임금 수준이 좀 낮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후 12월 개국 때까지는 개국에 매진하자고 해서 임금협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으로선 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OBS는 개국하면서 디지털기술장비들을 마련했는데, 이런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임금도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 좋은 직원을 확보하고 OBS 미래의 발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수준의 임금이 확보돼야 한다."

"경력사원…새 집행부에 많이 영입할 계획"

- 공약 중 ‘과거 희망조합원들과 경력사원간의 화합조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전임 노조 집행부에서는 새로 입사한 경력사원들이 구성원으로서 참여하진 못했다. 새 집행부에는 경력사원들을 많이 영입해서 경력사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희망조합원들의 결속력이 (itv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에)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희망조합원들의 결속력이 강한만큼 경력사원들이 느끼는 소외감, 피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 개국하면서 서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경력사원에게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들의 관심과 원하는 바를 잘 알아가려고 한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노동조합’ 되길 희망한다"

- 제10기 노조위원장으로서 포부를 말한다면.

"오랜 기간 싸우다보면 내부적으로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직 상태였고. 작은 사안을 가지고 서로 많은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노조도 사안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의견을 덜 반영시키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시간들은 이런 것들이 치유되는 기간이 됐으면 한다. 이런 부분을 치유하고, 개개인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OBS희망지부가 되고 싶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되길 희망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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