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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의 '말하는 대로 봐라'로 귀결된 ‘본 대로 말하라’, 여성 캐릭터들 어디에?[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3.23 17:50

[미디어스=이정희] 3월 22일 종영한 OCN <본 대로 말하라>는 16회 4.388%(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로 장르 드라마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일까. 16회 엔딩, 심정지로 죽을 뻔했던 황하영(진서연 분)이 다시 살아났다. 사라졌던 오현재(장혁 분)는 차수영 형사(최수영 분)의 책상에 두 사람이 공유하던 이어폰을 놔두면서 시즌 2를 암시하는 듯한 장면을 내보냈다. 시청률로만 보면 시즌 2도 기대해볼 만하지만, 과연 그럴까? <본 대로 말하라>가 시즌 2를 하겠다면 스스로 재고해야만 할 과제들이 많다. 

두 여성 캐릭터의 붕괴 

OCN 토일 오리지널 <본 대로 말하라>

<본 대로 말하라>가 야심 차게 선보인 장르물로서의 설정은 바로 '본 대로 말할 수 있는', 픽처링 능력이 있는 차수영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청각장애인인 엄마가 자신의 눈앞에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뺑소니차에 죽어가는 장면을 고스란히 기억했던 차수영, 거기서부터 <본 대로 말하라>는 비롯된다.

말 그대로 사진을 찍듯,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을 그래도 기억해내는 능력을 가진 차수영은 이 작품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홍선 피디의 전작 <보이스>의 강권주 팀장처럼 '이상 신체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다. <보이스>가 강권주 팀장이 남들이 듣지 못하는 사건 현장의 소리를 '캐치'해 내는 것을 실마리로 사건을 풀어나가듯이, <본 대로 말하라>는 자신의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현장을 본 대로 기억하는 바람에 광역 수사대의 일원이 된 차수영의 능력을 기반으로 펼쳐진다.

아직 풋내기 경찰, 신참 형사에 불과한 차수영을 '그놈'이라 칭해지는 '박하사탕 연쇄 살인마' 사건으로 이끌어가는 건 그놈 때문에 휠체어 신세가 되어버린, 그래서 차수영의 '본 대로 말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프로파일러 오현재이다. <보이스 1>에서 듣는 데 집중하는 강권주 팀장의 능력에 역시나 '그놈' 때문에 아내를 잃은 복수에 대한 일념으로 미친개처럼 돌진하는, 장혁이 분했던 무진혁이 팀워크를 맞추듯 말이다.

OCN 토일 오리지널 <본 대로 말하라>

하지만 그간 날 것의 액션을 앞세웠던 장혁이 검은 선글라스에 거친 눈빛마저 숨긴 채 휠체어에 앉아있자, 좀처럼 드라마는 활기를 띠지 못한 채 시청률마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래서였을까. 드라마는 '요건 몰랐지?'하는 반전의 설정으로 장혁을 휠체어에서 일으킨다. 그리고 종횡무진 사건 현장을 뛰어다니며 일당백 '나쁜 놈들'을 상대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프로파일러로서의 능력도 빼놓지 않는다.

이러고 보니 중반에 이르러서부터 드라마는 장혁의 <말하는 대로 봐라>가 되었다. 분명 애초에 드라마가 설정한 것은 픽처링 능력의 차수영과 장혁의 ‘더블 플레이’였을 터인데, 어느새 장혁이 동분서주하며 여주인공 차수영은 가물에 콩 나듯 그 능력을 선보인다. 그것도 대부분 장혁의 지시에 따라. 

이렇게 사라져 버린 여주인공의 존재감. 하지만 차수영만이 아니다. 그녀와 더불어 '걸크러시'한 존재로 등장부터 장혁만큼 분위기를 압도했던 황하영 팀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애초의 존재감을 상실해 간다. 도대체 황하영은 선배 양만수(류승수 분) 형사를 제치고 팀장이 되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수사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이렇다 하게 하는 것이 없다. 오죽하면 황하영 캐릭터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대사가 '오현재!'라는 외마디 외침밖에 없을까.

OCN 토일 오리지널 <본 대로 말하라>

심지어 알고 보니 그녀가 '납치 피해자'였다는 설정이 드러난 후반부 이후 황하영의 행동은 팀장으로서의 리더십은 물론, 그간 그녀가 보여온 강직한 경찰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며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만다. 납치 피해자로서, 그리고 살고 싶었던 인간적인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던져 범인 검거에 앞장섰음에도 광수대 팀장으로서 캐릭터를 설득시키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본 대로 말하라>의 차수영, 황하영의 경우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본래의 설정을 역동적으로 살려내지 못하면서 애초의 기대에 못 미친 경우가 되었다. 

<본 대로 말하라>에서 아쉬운 건 두 여성 캐릭터만이 아니다. <보이스>는 비록 강권주의 이상 신체 능력에 기대었지만, 기본적으로 112 신고센터 골든타임팀이라는 경찰 조직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광수대라는 경찰 조직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조직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복수를 향해 내달리는 오현재와 그에 협조하는 차수영의 팀워크는 16회 내내 수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경찰을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 봐 사람까지 죽이려는 범죄 집단이거나, 범인에게 당하기만 하는 어리석은 조직으로 만들어 버린다. 

잔혹한 범죄의 설정만으로는 

OCN 토일 오리지널 <본 대로 말하라>

<본 대로 말하라>를 비롯한 최근 장르물에서 대두된 문제점은 허약한 스토리라인을 자극적인 범죄로 무마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보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대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그럴듯한 설정과 그 설정을 부각하는 범인의 잔인무도한 범죄 현장이 장르 드라마를 이끈다. 

특히 오현재의 경쟁 프로파일러 나준석을 생방송 현장에서 목매달아 죽이는 장면의 경우 그가 죽는 과정의 잔혹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지만, 현장에 무수히 있던 형사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서 범죄를 쥐어짜내는 듯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 비리의 축이었던 최형필(장현성 분)의 죽음이나, 양만수 형사의 죽음은 서사의 개연성과 상관없이 범인의 잔혹성을 위한 '희생적 장치'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반응이 뒤따른다. 

드라마는 매회 잔인하고 섬뜩한 범죄로 이어지지만 정작 16회를 완주하고 난 후 오는 여운이 얕다. 겨우 시즌 1에서 벌써 캐릭터의 붕괴와 서사의 부실함을 드러낸 <본 대로 말하라>. 다음 시즌을 <말하는 대로 봐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다 치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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