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중요한 A매치 2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광래호는 오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르비아와, 7일에는 가나와 평가전을 가지며 브라질월드컵 지역예선에 대비합니다. 8월에 일본과의 A매치 평가전이 예정돼 있기는 하지만 유럽파의 새 시즌 준비로 사실상 이번이 손발을 맞추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럽,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비교적 강한 상대를 맞이해 조광래호가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까지가 조광래호 시즌1이라고 한다면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사실상 조광래호 시즌2의 진짜 시작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안컵을 목표로 했던 시즌1에 비해 이번 시즌2는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의 성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전력 다지기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자원을 다양하게 발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를 역점에 두고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도 새롭게 발탁시키거나 기량 좋은 옛 대표 선수 가운데서도 다시 불러 최상의 전력 가동을 위한 시험 무대를 펼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수는 누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고명진

▲ 고명진 ⓒ 연합뉴스
이번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 가운데 가장 주목할 선수는 바로 FC 서울 신예 고명진입니다. 최용수 감독대행 부임 이후 안정된 기량으로 주목받은 고명진은 기세를 이어 단숨에 대표팀까지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중원에서 기민한 플레이와 패스워크가 눈에 띄는 고명진은 이미 조광래 감독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FC 서울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수혜자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던 선수였습니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은 인정받은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기성용, 이청용 등의 그늘에 가려 한동안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꾸준한 출전을 통해 그나마 FC 서울의 잠재적인 주축 플레이어로 인식되기는 했던 고명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대행이 부임한 뒤, 출전 기회를 잘 살려내며 마침내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 대행 부임 첫 경기였던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고명진은 역전 결승골을 집어넣고 FC 서울의 부진사슬을 끊는 데 큰 역할을 하며 함박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후에도 주어진 역할에서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준 고명진은 정규리그 4경기에 출전해 2골-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조광래 감독은 옛 제자의 잠재력을 기억하고 좋은 기회를 주고 싶은 뜻을 나타내며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기성용, 이용래, 윤빛가람 등 기존 미드필더에 대항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주전은 아니어도 붙박이 조커로서 활용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2경기 A매치를 치르기에 1경기 정도는 어느 정도 기회가 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기회를 얼마만큼 잘 살리느냐가 고명진에게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조국

▲ 정조국 ⓒ 연합뉴스
'패트리어트' 정조국의 복귀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2월, 이란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2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정조국은 프랑스리그 진출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평가전 2연전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인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조국은 좋은 기량을 갖추고도 정체된 모습 때문에 더 뜰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쳤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리그 진출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16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첫 데뷔 시즌을 무난하게 소화, 조광래 감독의 기대를 부풀렸습니다. 아시안컵을 통해 지동원이라는 새로운 공격 자원을 발굴하는 데 성공한 조광래 감독은 정조국의 선전을 계기로 박주영, 지동원, 정조국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공격 자원 확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혼 이후 보다 안정된 마음가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정조국이 이번 2연전을 통해 확실하게 다시 떠오르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승현

전임 허정무 감독 재임 시절,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가장 기대가 컸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은 바로 '날쌘돌이' 이승현이었습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측면 플레이는 타의추종을 불허했고, 특히 붙박이 스트라이커 박주영과의 오랜 호흡에서 나온 찰떡같은 플레이는 많은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특징 있는 기량을 갖고 있던 만큼 경험만 더 쌓으면 큰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발전이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스피드만 있을 뿐 다른 기량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사이 다른 자원들이 더욱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승현이 설 자리는 없었고, 한동안 그의 모습을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북 현대로 올 시즌 자리를 옮긴 뒤 이승현은 다시 떠올랐습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이승현은 자신의 장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감각적인 플레이를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닥공 축구'로 대변되는 전북 현대에서 공격 첨병 역할을 잘 해내면서 다시 주목받은 이승현은 마침내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꿈을 위한 힘찬 질주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승현이 주목받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측면 자원 확보를 원하는 조광래 감독에 딱 맞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패스 축구를 신봉하는 조 감독이 중앙과 측면의 활발하고 빠른 패스플레이를 강조한다면 이승현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선수로 눈여겨 볼 만합니다. 최근의 자신감, 상승세를 바탕으로 조광래 감독 앞에서 얼마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이승현 ⓒ 연합뉴스
공통적으로 이들은 이번 평가전 2연전이 조광래 대표팀 감독 앞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넘어 본선까지 가기를 바라는 이들 입장에서는 첫 단추를 끼는 이 경기가 아주 중요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개인적인 능력, 붙박이가 될 수 있는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갖고 있는 이들이 롱런할 수 있는 기틀을 잘 마련하는 이번 세르비아, 가나전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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