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비례대표용 정당 논의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총선 후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민주당은 선을 그었다.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두고는 민주당 비례대표들이 소수정당·시민사회 추천 인사보다 자신들을 앞 순번에 배치해야 한다며 정면 반발에 나섰다.

더불어시민당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도상) 전체회의를 열고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 등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로부터 추천 받은 비례대표 후보 심사를 진행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애초 이날 자정쯤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심사 지연으로 발표 일정을 23일 오전으로 연기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오는 24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측 추천인사를 포함한 최종 후보 명단과 순번을 확정한다. 민주당 측 비례대표 후보는 애초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따라 10번 이후로 배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범여권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정도상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례 후보들은 성명을 내어 "많은 당원, 지지자들이 과거 행적을 알 수 없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의 줄임말) 후보들에게 왜 표를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럴 바에야 열린민주당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한다"면서 "지도부는 왜 80만 권리당원과 670명 중앙위원들이 선출한 우리 후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뒷번호로 배치한다고 하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급조된 후보로 선거운동기간 중 발생할 논란과 지지율 하락의 위험을 차단하고, 검증된 민주당 후보를 전면배치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더불어시민당'이 유일한 여당 비례정당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 이날 손혜원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대표용 정당 '열린민주당'은 총선 이후 민주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20명의 21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은 "출범부터 용광로 정당이라고 말했다. 4월 15일까지는 전략적 이별"이라며 "15일 이후에는 함께 한다는 대전제를 같이 가져가고 논의가 어떻게 될지는 향후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직후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포함된 열린민주당 비례명단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열린민주당과 선을 그었다. 윤 사무총장은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당 공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그런 판정을 앞두고 미리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들, 또는 경선에서 탈락된 분들이 그쪽 20명 예비후보 명단에 들어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열린민주당에 대해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더불어시민당 비례 후보 순번에 대해서도 "11번부터 하기로 했으면 그 원칙을 우리가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출마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은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민주당 중심의 비례정당 논의 진척 가운데 여권 지지층 분열 우려와 중도층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재인' '친조국'을 표방하면서 민주당과 '형제당'이라는 주장을 펴는 열린민주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4~5석 가량의 비례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비례대표 후보로 꼽인 인사들의 면면 역시 이를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여권 지지층 표심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집결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다. 여기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전면배치' 반발까지 일었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위성정당 논란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마저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의 정당투표 기호를 앞 순번에 배치하기 위한 현역 의원 파견 전략을 공식화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일었던 '의원 꿔주기' 논란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공개·비공개적으로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고 의사를 밝힌 의원 몇 분이 있다"면서 "미래한국당이 현재 9명의 후보를 낸 것으로 아는데 그보다 앞으로 가려면 최소 10명 이상 보내야 한다. 다만 보낼 자원에 한계가 있어 미래한국당 언저리의 번호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파견을 통해 민생당, 미래한국당에 이어 기호3번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더불어시민당이 6석 정의당보다 높은 기호를 얻기 위해서는 7석의 현역 의원을 파견해야 한다.

한편, 더불어시민당은 후보자 국민추천 신청 결과 정당추천 후보자 33명, 시민사회 공모 후보자 78명 등 총 111명이 후보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당선권을 17명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 등 더불어시민당 참여 소수정당 후보들은 1~4번, 시민사회 후보들은 5~10번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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