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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 나왔다“여성연예인 인권 신장 위해서 장자연 사건 가해자 처벌은 반드시”
권순택 기자 | 승인 2011.06.01 18:45

“가수지망생 B는 기획사가 음반을 내주겠다고 하면서 음반제작자와 만나는 술자리에 자주 동석해 원치 않은 술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제작자는 B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면서 더 빨리 음반을 내주고 스타로도 키워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관계 이후에도 기획사는 음반을 내주지 않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하는 B에게 연예계에 발붙이지 못하겠다고 협박했다”<센터 상담사례 재구성>

허구가 아니다. 실제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가 개소한지 벌써 1년이 됐다.

장자연 씨의 죽음 이후,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문제가 부각되면서 여성단체들이 여성연예인이 요청해오면 즉각적으로 법률 등 상담과 소송도 함께 해줄 수 있도록 만든 센터가 바로 ‘여성연예인 지원센터’다. 그리고 개소 1주년을 맞아, 1일 열린 <여성연예인 인권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들은 ‘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했다.

   
  ▲ 6월 1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진행된 '여성연예인 인권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권순택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목적은 여성연예인들과 지망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는 여성연예인들이 성접대, 성희롱, 성폭력 등이 없는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의 지침 등을 폭넓게 포함됐다. 

‘여성 연예인 지망생’이 포함된 것에 대해 윤정주 소장은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망생은 다른 누구보다 더 인권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망생이기 때문에 계약도 연예인보다 불공정하게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른바 ‘뜨기 위해’ 기획사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여성연예인 및 지망생의 인권침해에 대해 ‘술접대’, ‘성접대 강요’, ‘노출강요’, ‘노동권 침해’ 등으로 나눠 기술하고 있다.

특정 방송프로그램 및 영화 등 출연을 미끼로 술자리에 불러 (성)접대를 시키거나 스폰서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 또는 누드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강요하는 것도 인권침해 행위로 규정됐다.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 △원치 않는 술자리 참석 및 술시중을 거절했을 때 이를 빌미로 캐스팅에서 제외시키는 행위, △유력인사와의 성접대 등을 요구한 행위, △기타 연예 활동을 성실히 지원하지 않는 행위가 포함됐다.

이 밖에도 ‘기타’로 “청소년 연예인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없도록 무리한 스케줄을 잡는 행위”, “성형수술 강요” 등도 인권침해로 규정된 사안들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인권침해 당했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기록해 놓고 법적 대응을 생각해 증인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상담전화번호가 적혀있다.

   
  ▲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권순택  
 
윤정주 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의 첫 번째 사업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예술고등학교나 연예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 방송국 연예인 대기실 등에 널리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전시의 법인화’, ‘공개오디션 정착’, ‘멘토링제’ 등 다양한 의견 제시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연예인의 성접대 등 인권침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침해를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없앨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때”라며 “무엇보다 권력자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뜨기 위한 하나의 절차가 캐스팅이라고 봤을 때, 드라마 및 영화 출연 기회가 투명하도록 사회적으로 공개오디션의 프로세스를 정착시켜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에이전시를 공인화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우 허린 씨는 “유명PD를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성접대를 요구받는 등 사기당한 적이 있다”며 “당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분이 없었던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연예인들의 ‘멘토링’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재련 변호사는 연예인 인권침해가 드러난 매니지먼트사에 대해서는 몇 년간 같은 업종의 회사채를 차릴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장자연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 장자연 사건의 가해자들 명단까지 다 나왔지만 정황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유야무야됐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그들이 처벌을 받아야만 피해를 당한 여성연예인들도 ‘(자신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들의 법적 처벌까지는 힘들더라도 양심에 찔려 잠을 편하게 잘 수 없도록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단체들은 오는 9일 고 장자연 사건을 재구성한 시민법정을 열 계획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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