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이하 독자권익위)가 해외 국가들의 '한국발 입국 규제'는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 때문이지 외교적 대응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폐쇄적 민족주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유럽 거의 대부분 나라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며 '중국발 입국금지'에 이어 '유럽발 입국금지'를 주창했다.

20일 조선일보에는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한 달간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독자권익보호위원회의 비평이 실렸다.

조선일보 3월 20일자 <독자권익보호위원회 3월 정례회의> 갈무리

독자권익위는 이번 비평에서 '한국인 입국 규제'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언론이 나서서 폐쇄적 민족주의 관점이 아니라 공통 이익인 방역 관점에서 보고 정부가 전문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자권익위는 "한국인 입국 규제와 관련, 세계 100여국에서 규제당하는 한국의 처지를 부각하고 대책 없는 외교부와 외교장관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인 입국 규제는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 때문이지 외교적 대응과는 큰 관련이 없다. 한국인 입국 규제를 한국이 당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한 달여 간 조선일보는 사설 등을 통해 한국을 '국제 미아', '세계고립' '코리아 포비아' 등으로 비유해왔다. 각 사설들의 제목은 <日 뒤늦게라도 中 차단, 세계고립 우리는 日에만 분노>(03.07), <일본·호주도 '한국인 입국 거부', 미국까지 막히면 큰일이다>(03.04), <무역 의존도 70% 한국이 세계서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03.02), <이 와중에 英 갔다 회담도 못 한 외교장관, 나라 꼴 한심>(02.28), <한국인 격리 中 "외교보다 방역 중요" 韓은 '방역보다 중국'>(02.28), <중국이 '한국에 가지 말라' 한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02.25), <중국인은 한국 오는데, 한국민은 외국서 거부당하는 사태>(02.24) 등이다.

또 독자권익위는 조선일보 코로나19 방역 관련 보도에 대해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나를 지키자'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며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이 잠재적 감염자라는 주장은 모든 사람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든다. 이제 '남을 지켜주자'는 새로운 선진적 패러다임을 적극 교육·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권익위는 "기침 등 호흡기 지환을 가진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스스로 격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WHO의 방역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3월 20일자 사설 <유럽發 감염원 국내 유입, 對中 초기 차단 실패 되풀이 안 돼>

하지만 이날도 조선일보는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정부 대응책으로 '중국발 입국금지'에 이은 '유럽발 입국금지'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유럽發 감염원 국내 유입, 對中 초기 차단 실패 되풀이 안 돼>에서 "이미 유럽 거의 대부분 나라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창문 열어둔 채 모기 잡는 방역 실패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유럽발(發) 감염은 우리에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면서 "정부는 공항 특별입국절차를 어제부터 전 세계 입국자로 확대했다. 그러나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정부 통계가 말해준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난 두 달간 해외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이 79명인데 이 중 16명(20%)만 공항 검역에서 확인됐다. 나머지는 무증상·경증 상태에서 공항 검역을 무사 통과했다. 이것은 방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잘못이 부각될까 봐 '입국 차단'이라는 '방역의 기본 중의 기본'을 계속 거부하고, 효과 없는 특별입국절차에만 매달린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유럽발 입국자는 하루 수백 명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면서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 한 명이 언제 수퍼 전파자로 돌변할지 모른다. 유럽을 비롯한 고위험국의 외국인 입국 금지, 입국 후 14일간 격리 의무화 등 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사태 초기 해외국가 입국금지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각 의료 전문가단체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입국금지 조치로 밀입국 등 오히려 방역망이 뚫릴 수 있는 위험도 동반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사태 초기를 지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현실화 된 경우에는 입국금지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의료계 진단이 이어져왔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는 이유 역시 '세계적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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