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비례연합정당 논란에 대해 "현재의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면서 "우리 정치 전반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라고 총평했다.

이 위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 참여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S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도 비례당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해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최근 이 위원장이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에서 "비난은 잠시고 책임은 4년"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비례연합 플랫폼 정당으로 시민사회 원로 중심으로 추진돼 온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친문 지지세력 중심의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해 '위성정당'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우선 자신의 발언에 대해 "(SBS에서)그런 발언을 했던 것은 민주당 주도의 창당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렇다고 저의 태도가 일관됐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논란과 관련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 초기부터 심한 진통을 동반했지만, 지금도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현재의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고 생각한다"며 "어제 오늘 벌어지는 일, 그것 또한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오랫동안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신 시민사회 원로들께 서운함을 안겨드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에 민주당을 오랫동안 위해주셨던 시민사회 원로들께서도 민주당의 고충과 선의를 믿으시고 함께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 민주당이 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 특히 협상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분들 상에 오가는 음수를 보면 민망하다는 것"이라며 "원로들께서 그렇게까지 생각하시지 않는 것 같고, 당에서도 꼭 그런 생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8일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개문발차'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비판에 나섰다. 같은 날 '시민을 위하여'가 비례연합정당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확정짓고, 자체 비례대표 선출과 민주당 현역의원 영입 등의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개혁연합측은 더불어시민당을 민주당의 '위성꼼수정당'으로 규정했다. 정치개혁연합은 이에 민주당에 양정철 연구원장에 대한 교체·징계와 '더불어시민당'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은 극도로 자제하는게 필요하다"며 "정치개혁연대와 저희 당은 수십년동안 함께해 온 사이인데 어제오늘 벌어지는 일은 저로서도 몹시 아쉽다"며 "화가 나거나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지만 그걸 꼭 기자들 앞에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라고 답했다.

또 이 위원장은 정치개혁연합 외 녹색당, 미래당 등 소수정당의 참여 없이 '더불어시민당'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시간은 촉박하고 출발은 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일단 그렇게 출발하겠다는 것이지 그것으로 끝났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참여의 문은 열려있고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시민당'의 출범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공천 의사표시를 명확히 한 것 아니냐는, 즉 '위성정당'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작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시민당' 출범 과정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선거 지형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념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 간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이게 민주당의 지향점과 맞나. 성소수자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부담스러워 피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게 민주당이 그동안 지향했던 정체성과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그런 문제에 대해 일도양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민주당 공천결과 이른바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이 낮고, 청년·여성 발탁율이 낮은 데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현역의원 교체비율은 현재 27%로 미래통합당(40%)보다도 낮다. 이 위원장은 "좀 더 혁신적이기를 바랬고, 그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여성인재 영입과 관련해서는 "청년·여성을 좀 더 많이 모시겠다는 목표가 장벽에 부닥친 것이 바로 선거법 개정이었다. 비례대표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청년과 여성을 모실 수 있는 그릇 자체가 작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선거법 개정 이전 이해찬 대표와의 자리에서 청년·여성 공천 인재를 영입하고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이해찬 대표는 "비례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과거처럼 청년들이 지역에 많이 도전하려고 하지 않고, 도전하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국회의원된 게 37살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6살, 임종석 의원은 35살에 됐다"며 "못할 게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