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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기억법-이유 있는 호평, 김동욱X문가영 새로운 사랑의 시작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참신한 소재, 적절한 호흡으로 눈도장
장영 기자 | 승인 2020.03.19 13:05

[미디어스=장영 기자] MBC 새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냉철한 뉴스 앵커 이정훈(김동욱)과 만사 행복한 라이징스타 여하진(문가영)이 사랑하는 이야기다. 어차피 로맨스 드라마라는 점에서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인간의 기억에 침잠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망각하지 않는 남자와 망각하는 여자의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그 남자의 기억법>은 의외로 흥미로운 시작을 알렸다. 로맨스라는 장르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과연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정훈은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것들을 기억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정훈은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 정훈이 높은 곳에 있는 장난감을 잡기 위해 쌓인 책 위에 올라갔다 넘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충격이 뇌를 자극했던 것으로 추측은 된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그렇게 정훈은 성장해 앵커가 되었다. 매일 저녁 뉴스를 전하는 그는 냉철하다. 숱한 유명인사들이 인터뷰를 통해 공격당했다. 대통령이라도 정훈 앞에서는 벌벌 떨 정도로 그의 공격은 놀라울 정도다. 탁월한 기억력으로 팩트 공격을 하는 정훈은 그들에게는 무서운 존재다.

정훈의 존재감을 드러낸 에피소드가 첫 회 등장했다. 최고 경영인상을 수상한 기업 회장을 어렵게 스튜디오로 모셨다. 정훈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오 회장은 인터뷰를 꺼렸지만, 어렵게 성사되었다. 하지만 민감한 질문은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생방송 과정에서 기습 질문을 하는 정훈을 파악한 이들은 먼저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그렇게 선방하며 마무리되는 듯했던 인터뷰는 오 회장이 숨긴 비리를 폭로하는 자리가 되었다. 수행비서인 운전기사를 수시로 폭행하고 폭언한 사실을 생방송 자리에서 폭로했다.

사실을 가지고 공격하는 정훈을 당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저승사자 같은 정훈은 그런 존재다. 프롬프터가 고장 나 대본을 직접 외워 전달하거나 봐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로운 정훈이다.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하는, 망각 능력이 고장 난 정훈에게 기억은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광고 하나로 크게 주목받은 후 승승장구하는 스타 하진은 말 그대로 투명하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엄청난 팔로우 수를 자랑하는 하진을 알 수 있게 하는 에피소드 역시 첫 회 등장했다.

썸을 타봐야 좋은 사람과 사랑도 해볼 수 있다며 하루에 두 남자를 만났다. 모두 유명 스타라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으로 인해 하진의 기획사 앞은 성난 팬들로 난리다. 사람들이 많다며 행복해하던 하진은 그게 자신을 욕하는 무리라는 사실에 시무룩할 뿐이다.

회사 전 직원이 총동원되어 겨우 사무실로 들어온 하진이 한 일은 SNS다. 양다리 해명을 한다고 다시 사진과 글을 올린 하진은 분명 SNS 중독이다. 드라마에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며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배역을 실제 성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정반대 성격의 배우가 너무 다른 배역으로 충돌한다. 무리한 요구마저 받아들이는 하진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할 정도다. 너무 솔직해 상대를 우롱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백이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이토록 다른 정원과 하진이 만났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커피에 술을 탔지만, 사전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정원이 마시며 하진에 대한 인식이 명료해진다. 인터뷰가 시작되며 수시로 바뀌는 소신을 언급하며 공격하는 정원과, 당돌할 정도로 순수하게 받아내는 하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팩트 공격으로 하진을 해체해가는 과정에서 정훈은 의외의 한 방 공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단순하게 다섯에서 여섯까지만 세면서 살고 싶어요"라는 하진의 말에 정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번 저장된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정훈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눈이 오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떠난 지 8년이 지났지만 너무 생생하게 기억에 남은 서연은 정훈의 첫사랑이었다. 고갯길에서 굴러 내려온 빨간 사과, 그리고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은 바쁘게 사과를 줍는다. 리어카를 끌던 이를 돕던 그녀는 차 안에 있던 정훈에게도 같이 도우라 했다.

빨간 슈 토즈를 신은 발레리나 서연은 그렇게 정훈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연인이 되었고,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눈이 오는 날, 끔찍한 기억을 남겼다. 눈이 오던 날 정훈의 차 앞에 추락한 서연은 그렇게 빨간 피를 토해내고 사망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극단적 선택으로 보이는 이 죽음은 정훈을 더욱 삭막한 존재로 만들었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늘로 떠나버린 연인. 그 지독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던 정훈에게 서연이 했던 말들을 다시 들었다. 서연이 자신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던 '다섯에서 여섯까지'라는 말을 정반대 존재감인 하진의 입에서 나왔다. 그게 충격이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에 시달리는 정훈이 정반대의 하진을 만나 사랑하며 치유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성격과 만남까지 적절한 호흡으로 보여준 첫 회는 최근 드라마 중 가장 돋보였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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