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프로그램 <2시 만세> 진행을 맡고 있는 가수 김흥국 씨가 지난 4.27 재보궐 선거 당시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MBC노조가 밝혔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코미디언 김미화 씨에 대해 방송인으로서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던 MBC 경영진이 이번 김흥국 씨 선거 운동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31일 특보를 통해, 김흥국 씨가 지난 4월17일 오전 11시30분경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재보궐 선거 격전지였던 경기도 분당을 선거구 내 아무개 중학교에서 경기 중이던 조기축구회 회원들을 찾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 '2시 만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기축구회 회장은 김흥국 씨가 정몽준 의원과 왔을 때 당연히 “선거 때문에 왔구나”라고 생각했고, 정몽준 의원이 “강재섭 의원을 지지해 달라. 중요한 선거니까 도와 달라”는 내용으로 유세를 할 때 김흥국 씨가 여러 수행원들과 함께 옆에 있었고 회원들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갔다고 MBC노조에 밝혔다.

MBC 방송강령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거일 90일 전부터 출연자를 엄격히 통제하는 선거방송 준칙 조항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일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선거운동원 등을 출연시켜 후보자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김미화 씨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MBC경영진은 그러나 김흥국 씨 선거 운동 논란에 대해서는 다소 느슨한 입장을 밝혔다. 선거 운동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은 “페널티를 주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노조를 향해 “김흥국 씨가 그 날 강재섭 후보를 지원한다는 말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노조는 이우용 본부장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참으로 가관이다. 연예인이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돌아다녔지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다면 선거운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단다”며 “그토록 욕심내던 라디오본부장에 오르자 마치 제 세상인 양 마구 칼질을 하는 이우용 본부장, 그가 이제는 선거법까지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다는 말이냐”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또 “이번 김흥국씨 건은 언론의 중립성이 가장 엄중하게 요구되는 선거 국면에 벌어졌으며, 객관적인 사실관계도 다 드러났다”며 “본인의 말대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관리자라면 무엇이 더 신뢰도를 깎아 내린 사건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의 출연자, 특히 메인MC라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오해를 살만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것은 방송하는 사람들의 기본상식이며, 관리자들이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그러면서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이나 소양이 전무하다”며 이우용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MBC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두시만세> 진행자 김흥국씨는 지난 4.27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의 강재섭 후보 지원유세에 동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라며 “방송인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 위반한 행위인데도 김흥국씨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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