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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승부조작은 갑자기 생긴 게 아냐…98년 차범근 감독이 밝히기도”정희준 교수, “쉬쉬하고 넘어가다 제대로 터진 것”
권순택 기자 | 승인 2011.05.31 11:59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5일 프로축구 선수 출신 브로커 2명이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 선수가 소환조사를 받고, 대전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 5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 가운데 30일(어제)에는 서울유나이티드 소속의 정종관 선수가 “승부조작 당사자로서 부끄럽다”며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승부조작과 관련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까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게임에서 주전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의 경우 연봉 2000~3000만 원 정도의 박봉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유혹을 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프로축구 시민구단이 늘어나면서 구단 간 그리고 선수들 간의 부익부빈익빈 사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희준 교수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으로 브로커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선수사이에서도 이런 권유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속팀 선수나 학교 선후배관계라면 거절하기도 어렵고 일종의 ‘의리’가 작동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희준 교수는 승부조작이 ‘러시앤캐시컵 2011대회’에서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컵 대회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등, 관심을 덜 받게 되니까 조작의혹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컵 대회의 무용론이 있어왔는데 (축구)협회 측이 후원금 및 스폰서를 받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이번 컵 대회는 프로축구와 걸맞지 않는 대부업체의 후원”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앤캐시컵 2011대회’의 경우, 후원금이 10억 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희준 교수는 “기왕 돈 들어왔는데 선수들 놀리면 모하냐 경기하자고 했다가 선수들이 엮어 들어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승부조작은 관심도가 높아 베팅도 강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경우에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희준 교수는 “팬들의 관심도 많고 TV중계를 해준다면 선수들이 함부로 못한다. ‘네티즌 수사대’가 있어서 심판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잡아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준, “협회나 연맹에서도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도…”

   
  ▲ 정희준 교수  
 
그러나 정희준 교수는 “승부조작 사실을 협회나 연맹에서도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쉬쉬하고 넘어가 결국 크게 터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 스포츠에서의 ‘승부조작’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부분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그냥 넘어온 것이 문제란 얘기다.

특히 98년도 차범근 감독은 한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정희준 교수는 “98년도 월드컵 이후 차범근 감독이 ‘승부조작’ 이야기를 했지만 축구협회가 여론공격을 하듯 해서 차 감독을 중국으로 쫓아버리기도 했었다”면서 “당시 축구협회는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하고 넘어갔다. 벌써 13년 전의 일로 K리그의 승부조작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지 프로연맹이나 축구협회는 알고 있었는데 터지지 않길 바라다가 일이 제대로 터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희준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스포츠 토토’라는 국가가하는 스포츠 도박에 있다. 스포츠 토토의 경우 축구, 농구, 야구, 배구, 씨름, 골프까지 6개 종목”이라고 타 스포츠의 승부조작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2년 전 프로야구 현대 김재박 감독이 밝힌 선수들 간의 싸인 거래 역시 실질적인 승부조작이 맞고, 마해영 선수의 경우는 자서전을 통해 약물복용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 간의 싸인거래는) 사실상 승부가 이미 결정된 경기에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약물문제의 경우도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도 다수 있다고 밝혔지만 협회에서는 발설자를 여론으로 몰아가면서 그냥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정희준 교수는 “스포츠의 승부조작은 또한 몇몇 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다”라면서 “2006년 유럽의 명문구단 유벤투스를 승부조작으로 2부 리그로 강등됐고, 미국 메이저리그는 피트 로즈가 감독은 승부조작이 밝혀지면서 제명돼 리그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승부조작에 대해 연명이나 구단 측에서 대비하지 않으면 프로축구 존폐까지 염려해야 하는 일이 돼 버렸다”며 철저한 대책을 요구했다.

 

권순택 기자  nann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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