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자식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낸 차명진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모욕 등의 혐의로 진행 중인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은 경찰이 차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지 3개월여가 되도록 기소 여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차 전 의원은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았다. 세월호 유족들은 차 전 의원 처벌과 미래통합당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등 세월호 유족 및 단체들은 18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명진 전 의원과 그를 공천한 미래통합당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차 전 의원에 대한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재판 기일이다. (사진=미디어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등 세월호 유족 및 단체들은 18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 전 의원과 그를 공천한 미래통합당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차 전 의원에 대한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장훈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장준영 군 아버지)은 "참사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방관할 수 없었다"며 "차명진은 우리 부모들의 가슴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왜 내 자식이 희생되었는지 알고 싶다는 부모들의 절규를,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용기를 모욕했다"고 규탄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2019년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변상련을 회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기는 거까진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차 전 의원은 SNS,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해 6월 다시 페이스북에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 할 말은 하겠다"며 "내가 세월호 괴담 피해 당사자", "슬픔을 무기삼아 절대권력으로 군림", "세월호를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 등 또다시 세월호 유족 비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16일 미래통합당 경기도 부천병 지역구에 공천을 받게 되자 이번에는 "제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젠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말 딱지를 붙이고 저주를 퍼부은 자들, 지금부터는 가만두지 않겠다.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너희들,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2019년 4월 15일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자식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차명진 전 의원 페이스북)

장 위원장은 "차명진은 추호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같은 말을 돌려주겠다. 당신의 막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재판을 시작한다"면서 "미래통합당에도 경고한다. 오늘 즉시 차명진 공천을 철회하라.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공천해 총선에 임한다면 통합당은 그들과 한 패거리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민변 소속 오민혜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행위를 매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참담하다"면서 "법적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유족분들에게 계속 고통스러운 일을 상기시키는 일이다. 그럼에도, 또 다시 이런 행동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검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차명진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빨리 기소하고 처벌해 법의 엄중함을 보여라"라고 촉구했다. 오 변호사는 "차명진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 중이다. 송치가 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검찰은 기소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명확하다. 검찰은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이 곧바로 차명진을 기소해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해 차 전 의원 막말 페이스북 글이 올라왔을 당시 그를 모욕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사건은 차 전 의원 소재지를 고려해 부천 소사경찰서로 이첩됐고, 차 전 의원은 피고소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부천 소사경찰서는 지난해 12월경 차 전 의원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의원에 대한 민사사건 재판 진행은 검찰이 기소여부를 검토 중인 형사사건 진행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박찬범)는 사건 첫 재판에서 형사사건 진척상황을 물은 뒤 "이 사건은 직접적으로 형사사건과 연관돼 있다. 그 부분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오는 5월 20일을 다음 재판 기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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