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무대학원)이 인가나자 대학마다 불만을 터트린다. 탈락했다고 아니면 정원이 적다고 반발이 드세다. 대학교수들이 가두시위에 뛰어들고 법정투쟁에도 나섰다. 여기에 지역주민, 동창회, 종교단체까지 가세해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입시전문학원들이 새로 떠오른 황금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로스쿨은 4년제 대학을 나오면 전공에 관계없이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원이 2,000명으로 제한되어 입학경쟁이 치열할 듯하다. 현행 사법시험은 학력과 자격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3년제 로스쿨을 졸업해야 변호사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 다시 말해 로스쿨이란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변호사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일정대로라면 내년 3월에 개원한다. 8월에는 법학적성시험을 치르고 11∼12월에는 신입생을 모집한다. 문제는 법학을 공부할 수학능력과 소양을 따지는 적성시험이다. 언어이해, 추리논술, 논술 등 3개 영역으로 출제된다. 전공을 떠나서 따로 공부해야 한다. 영어도 실력을 더 쌓고 로스쿨에 따라서는 제2외국어도 준비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학원수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 조선일보 2월25일자 15면
이미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학원들이 성업중이다. 강남역 주변에 7곳을 비롯하여 서울에 11곳, 지방에 3곳이 문을 열었다. 수요팽창이 예상되자 대형 대학입시-편입학원들이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에다 신림동 고시학원, 노량진 공무원 고시학원, 논설학원들이 탈바꿈을 서둘고 교재출판사들도 뛰어들 움직임이라는 소식이다.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이른바 고시낭인을 줄여보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40대만 되어도 직장에서 쫓겨나는 고용불안이 많은 젊은이들을 고시낭인으로 내몰고 있다. 특정분야에 인재가 편중되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개인적-국가적 낭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취지가 무색해져 사교육을 대학에서 대학원으로 확대시키는 사태를 낳고 말았다.

로스쿨 등록금이 연간 1,000만∼2,000만원선에서 책정될 모양이다. 그런데 정원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적자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원을 크게 늘려주지 않으면 등록금 인상이 이어진다. 여기에 학원비 부담 또한 크다. 과목당 수강료가 월 20∼30만원이고 종합반은 월 40만원선이라고 한다. 대입학원처럼 대학원별 진학반도 운영한다. 로스쿨은 부자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곳이다.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학원공부가 끝나지 않는다. 입학하면 또 변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학교격차도 크니 또 학원에 매달릴 게 뻔하다. 내년쯤에는 자격시험학원이 생겨날 것이다. 변호사가 되려면 학원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 한다는 이야기다. 학원이 법조인을 양성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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