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는 이번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힙합과 록이 접목된 '주먹이 운다'를 선보였다. 소울다이브와 함께였다. 이것은 의외의 무대였다. 첫째, 이소라가 평소에 보여준 모습에 비추어 의외였다. 그녀는 평소에 조용한 음악을 주로 들려줬었다.

둘째, <나는 가수다>의 성격에 비추어 의외였다. <나는 가수다>에선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기 쉬운 감정폭발 발라드가 주류를 이루고, 현장에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나는 사운드도 종종 선택된다. 본인의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노래곡예는 기본이다.

이소라가 선택한 곡은 이도저도 아니었기 때문에 의외였는데 바로 그래서 빛났다. 그녀의 선곡으로 그나마 <나는 가수다>가 음악을 하는 프로그램이란 명분이 서고 있다.

그녀는 이전부터 그랬다. 보아의 '넘버원'을 불렀을 때도 그녀는 원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불렀다. 청중의 취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오로지 음악적 시도와 개성의 의미 그 자체를 추구한 무대였다.

물론 그때까지는 청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한번 확 튀는 무대를 시도했다고도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경연에서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불렀을 때 이소라의 의도가 확실해졌다. 그녀가 청중이나 시청자의 인기가 아니라 음악 자체와 프로그램의 의미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사랑이야'를 부를 때 그녀는 힘을 완전히 빼고 불렀다. 그것도 첫 번째 순서였는데 그랬다. 감정을 있는 대로 쥐어짜서 눈물샘을 자극하고, 노래곡예로 청중의 얼을 빠지게 해도 막판에 잊힐 수 있는 게 첫 번째 무대다. 그런데도 그녀는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노래를 선보였던 것이다.

이것은 열창 서커스 겸 가수 인생극장이 돼가는 <나는 가수다>에 음악 자체의 의미를 환기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번 경연에서 '주먹이 운다'. 그녀는 이번에 열창 서커스는 고사하고, 아예 조연으로 빠져버렸다. 시청자에게 새로운 음악, 새로운 가수를 소개하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등수 경쟁으로 인한 긴장감, 그로 인한 열창 대폭발 속에서 그녀의 이런 행보는 의미가 크다.

본인이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 자체에 완전히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자신을 비움으로써, 끝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가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나는 가수다>를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

재도전 사건 당시 이소라의 책임성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많았었다. 인성 자체에 대한 인신공격도 대단했다. 그러나 이소라는 지금의 행보로 그 모든 공격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녀가 진정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만한 뮤지션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녀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단지 기예가 뛰어난 가수의 차원을 뛰어넘은, 진정으로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의 그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으로 <나는 가수다>가 활용된다면, 그것이 정말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지금 <나는 가수다>는 인터넷 집단폭력과 증오로 점철되고 있다. 대중의 우상화와 아이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획일화도 극에 달했다. 이런 수렁에서 이소라가 <나는 가수다>를 구원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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