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가 바로 내일 새벽(29일 새벽, 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입니다. 이미 최근에 한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바 있던 양 팀은 2년 만의 재회에서 한쪽은 지키기를, 다른 한쪽은 복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꿈의 무대에 '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의 출전 여부가 오래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미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고, 특히 올 시즌에 아주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맨유의 주축 멤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에 2년 전에 이어 또 한 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을 기대하게 하고 있는데요. 3년 전 결승전 엔트리 제외의 아쉬움, 2년 전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털고 3번째 '진짜 우승 도전'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박지성이 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나 기자들, 그리고 영국 현지 팬들까지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박지성이 출전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박지성 본인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다른 면이 많다는 점이며, 2년 전 또는 3년 전의 아픔, 아쉬움을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 박지성 선수ⓒ연합뉴스
먼저 박지성이 이번 경기에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주요 선수로 점치고 있고, 그만큼 박지성의 가치를 상당히 높게 보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전까지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이라는 말을 들었던 그가 올 시즌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으로 시즌 8골, 6도움, 14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덕이었는데요. 원래 강했던 수비적인 능력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보다 더 과감해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수 모두 능력을 갖춘 선수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팀 내 입지도 높아지고, 가치도 더욱 올라가는 성과를 냈습니다. 큰 경기에 대한 경험도 많고, 워낙 성실한데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언가를 해내는 그런 모습들 때문에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래서 박지성의 선발이 '당연하다'는 예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꼭 뛰고 싶다', '넌 오늘 경기에 뛴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등 평소보다 과감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박지성은 맨유 홈페이지,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3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07-08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에 제외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번 결승전에는 꼭 뛰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데요. 국가대표 선수를 하면서 무미건조하거나 딱딱한 스타일로 인터뷰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강력한 의지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박지성이 이번 경기에 대한 투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자 하는 박지성의 면모가 어떻게 나타날 지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박지성이 출전을 하든, 안 하든 그냥 즐겨보면 안 되냐는 일부 시선도 있지만 '꿈의 무대'에서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박지성의 그간 걸어온 길, 도전 의식 등을 생각하면 박지성의 출전 여부가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맛본 감정은 많습니다. 2004-05 4강 AC 밀란전에서의 강렬한 인상, 2007-08 결승전 첼시전에서의 충격과 아쉬움, 2008-09 결승전 바르셀로나전에서의 아픔 등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8강 첼시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4강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하며 최고의 순간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다양한 기억, 감정들을 땅에 묻고 이제는 '이름없는 영웅'에서 '진짜 영웅'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내일 새벽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우승에 가장 큰 역할을 하며 본인 스스로 꿈꿨던 '축구 잘 하는 선수'로 제대로 기억되길 바라는 박지성. 국가대표 은퇴 선언 후 이제는 좀 더 축구를 즐기고 싶어 하는 박지성에 또 한 번 중대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될 지,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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