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축구가 역사상 최악의 시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K리그에서는 승부 조작 사건에 여러 선수들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실체가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고, 국가대표팀에서는 선수 선발 관련 문제로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K리그, 국가대표팀에서 한꺼번에 터지자 축구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지도자 역시 이에 대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자칫 같은 팀 내 구성원들 간에 서로 간의 불신을 갖는 '가장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설마' 했던 일에 그야말로 제대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 축구입니다.

▲ 위기의 한국 축구다. 이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팬들은 모두 등을 돌릴 것이다.(사진: 김지한)
사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거둔 성과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쾌거를 이뤘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차범근을 시작으로 설기현,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이청용 등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점점 늘면서 한국 선수도, 아시아 선수도 큰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줬습니다. 어느새 K리그는 16개 팀까지 늘었고, 월드컵도 개최하면서 최첨단 시설을 갖춘 경기장도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그 체계도 점차 체계적이고 세분화돼서 개편되고 있고,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학원 축구, 유소년 축구 시스템 개선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에서도 한국 축구는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에 대한 대처 능력은 너무나 부족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검은 돈이 쉽게 오가는 상황에서도 이를 인지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안 일어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만에 하나'라는 상황에 대응할 만 한 가이드라인, 규정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리그 전체가 충격에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위원회-감독 간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했던 말을 바꾸고, 나와 있는 규정까지 뒤집어 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하고 갈등을 초래한 부분도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원칙을 어기고, 타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평행선을 달리는 '극한 상황'은 축구계 전체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 사회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축구계에서 1주일 사이에 한꺼번에 터지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갖는 팬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가기만 했습니다.

해당 문제들이 워낙 중대한 사안이고, 앞으로는 절대 있어서 안 될 일들이기에 매우 엄중하게 다뤄져야 함이 마땅합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너무 미흡하고,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단순히 현재 위기를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해결해 나가려 한다는 점입니다. 보다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탄탄한 체계, 규정을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해당 문제에 대한 부분만 짚고 넘어가는 식의 해결은 아쉬움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면이 많습니다.

최근 1주일동안 있었던 일 때문에 한국 축구가 받은 상처는 그 정도가 너무 컸습니다.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큰 아픔을 맛봤기에 이 분위기가 언제쯤에나 잘 수습이 될 지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진정한 마음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원한다면 이 기회에 제대로 위기를 일으킬 만 한 요소들을 모조리 싹둑 잘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축구인들이나 팬들이 "차라리 터진 게 잘 됐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바꾸자"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자체에 잠재돼 있는 뿌리까지 뽑기 위한 진정하고 제대로 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K리그, 한국 축구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팬들은 등을 돌릴 것이며, 그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마저 완전히 쓰러질 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위기의식을 갖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아 다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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