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도입했음에도 마스크 대란이 해소되지 않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 수급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기업과 재단에서 서너 번 브리핑해 본 결과 빠르면 2주 안으로 마스크 생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2일 김진향 이사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치적 결정을 제외하고 개성공단이 재개만 된다면 한 달 안에 충분히 마스크를 생산해낼 수 있다”며 “전력, 통신, 공업용수가 다 가능하고 4년간 설비들이 중단돼 있었는데 미싱, 봉제틀 등은 손실이 가장 적다고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의 폐쇄 결정에 따라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김 이사장은 “이미 공단 안에는 마스크를 만드는 공장이 한 개 있고, 방진복·방호복 만드는 곳이 세 개, 의류봉제 업체가 총 73개 있다”며 “국내 굴지의 의류봉제 업체들은 다 개성에 있다. 그들이 일회용 마스크가 아닌 천 마스크를 생산하고 중간에 필터를 끼우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제작 가능한 마스크는 식약청이 규정한 KF95가 아닌 천 마스크로 KF80, KF50 필터 부직포를 끼워 제작하는 방식이다. 김 이사장은 “KF95 필터를 우리나라에 세 곳 밖에 못 만들어 부족하다고 하지만 KF95 말고도 치과 의사들이 쓰는 덴탈마스크(KF80, KF50)가 있다”며 “면 마스크 안에 이 필터를 끼우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의 계산대로라면 73개의 봉제공장을 돌려 천 마스크를 제작, KF80·KF50 필터를 끼우면 되니 1억 장 만드는 데 한 달이 채 안 걸린다. 과거 회사 ‘에버그린’이 개성에서 마스크를 월 600만 장 만들었는데 73개 공장을 동원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마스크 단가도 맞출 수 있다. 김 이사장이 파악한 바로는, 방진복·방호복 등은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주문받아 베트남에서 생산해오는데 개성공단에서 제작하면 베트남에 비해 3분의 1, 4분의 1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이사장은 “지금 주문하면 4월 말 정도에 받지만 개성은 오늘 원자재가 들어가면 내일 바로 나올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 강점에 대해 “가장 가까우면서도 5만 5천 명의 북측 노동자 중 3만 5천 명이 의류 봉제에 종사할 만큼 숙련된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둘러싸고 여러 공격이 들어올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위기 상황인 만큼 WHO 등은 당연히 하라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아이디어는 통일부에 전달됐지만, 정치적 고려를 판단한 상황 속에서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며 정치와 연결지어 공격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내에서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와 방호복을 생산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보수 신문에서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 <“北과 협력해 마스크 생산”...이 와중에 개성공단 재개 띄우는 與>, 한국경제 <이와중에 “개성공단서 마스크 생산하자”는 민주당>, 중앙일보 <與 설훈·박광온, 정의당까지 “개성공단 재개해 마스크 생산”> 등이다.
한편, 이날 TBS와 리얼미터가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 여론을 조사한 결과, 반대 49.9%, 찬성 43.4%로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모름/무응답은 6.7%로 찬반이 오차범위 내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0년 3월 11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1,46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4.4%의 응답률로 무선 전화면접 (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 (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