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또 한 번 큰일을 해냈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 올랐던 K리그 3팀이 모두 상대팀을 완파하고 8강에 진출한 것입니다.

먼저 '닥공축구'로 올 시즌 초반부터 뜨겁게 달군 전북 현대가 중국 톈진 테다에 3-0 완승을 거뒀습니다. 전북은 에닝요, 이승현 등 공격 본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앞세워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는 경기력으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FC 서울이 가시마 앤틀러스에 3-0 완승을 거뒀고, 수원 삼성이 나고야 그램퍼스에 2-0 역시 완승을 기록하며 'K리그 생존팀 전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특히 두 팀은 조별 예선에서 다소 밀렸던 일본 J리그팀에 모두 완파를 하는 결과를 내며 K리그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이제 실력에서 K리그가 J리그에 밀린다, 아시아에서도 힘들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중국 텐진 테다의 경기에서 전북 이승현(11번)이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강에 오른 모든 팀의 면면을 봐도 K리그는 중동 팀들을 제치고 단연 앞서 있습니다. 3팀이 8강에 오른 K리그와 다르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일본 등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클럽이 있는 리그들은 1-2개팀씩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K리그팀이 동아시아 권역에서 8강 4개 자리를 모두 싹쓸이한 만큼이나 이는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K리그 3룡의 전원 생존은 상당히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양적인 면에서 무려 3팀이 8강에 오른 것도 큰 성과지만 이제 동아시아에서 K리그를 따라올 만한 팀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지난해 성남 일화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K리그팀들의 AFC 챔피언스리그 강세가 K리그, 나아가 한국 축구의 아시아 내 영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 바 있습니다. 이렇게 K리그 팀들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강한 전력, 빼어난 경기력을 가진 K리그에 대한 인식도 보다 확고해지고 그만큼 K리그 이미지 형성에도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클럽 대항전이 한 국가 리그 수준을 어느 정도 판단하는 잣대가 된 것은 해외 축구를 좀 본 팬들이라면 잘 알 것입니다. 그런 만큼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 클럽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K리그=아시아 대표'라는 인식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각 팀들이나 리그 전체적으로도 유무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자금적인 면, 시장 규모 덕에 상대적으로 좋은 인식을 받았던 일본 J리그를 완전히 제치고 진정한 아시아 최고 리그로서의 가치를 얻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경기에 대한 방송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고, 관심도 역시 아직까지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K리그 팀들의 전원 8강 진출이 '그냥 그런 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를 대표해 나간 엄연한 국제 대회에서, 그것도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무대에서 8강에 3팀이 낙오 없이 오른 것은 박지성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만큼이나 중요하고 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K리그가 좀 더 자부심을 갖고 더욱 당당하게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은 아주 중요하고, 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순항을 거듭하는 K리그 3룡의 '위대한 도전'이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도 계속해서 좋은 결말로 이어질지 흥미롭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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