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를 재차 치켜세웠다.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와 동치시키는 등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글이 조선일보 지면에 실렸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선고를 받은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칼럼 <'정치인 박근혜' 녹슬지 않았다>에서 옥중 서신을 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제 그는 영어 생활을 하는 불운의 탄핵 대통령에서 분열된 야권을 단합시켜 거대 집권 세력에 도전하게 만드는 막후 실력자로 변신한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천막 당사' 이래 가장 현명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3월 10일 김대중 칼럼 <'정치인 박근혜' 녹슬지 않았다>

김 고문은 "'정치인 박근혜'의 머리는 아직 녹슬지 않은 것"이라며 "그가 권력을 잃기 전 이처럼 실효적이고 실체적이며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면 탄핵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4·15 총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이 문 정권의 입지를 압박할 위치까지 득세하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그것은 야당 내에 또 하나의 분파 요인으로 잠재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옥중 서신>을 박 전 대통령의 글씨체를 치켜 세우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서 교수는 "그 글씨는 소박하면서 순수함과 진정성이 배어나는 글씨였다"며 "신뢰를 고취하고 공감이 우러나게 하는 글씨가 명필이라면 박 대통령의 서체가 바로 명필이 아니겠는가"라고 운을 뗐다.

서 교수는 "그렇게 억울한 옥살이의, 필설로 표현 못 할 불편함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이 이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를 바로잡아 달라는 대국민, 대야권 호소만 담았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했다.

조선일보 3월 10일<[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옥중 서신>

이어 그는 "그동안 받은 흉악한 모욕과 모략과 극도의 신체적 고통이 박 전 대통령의 영혼을 부식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고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근대사의 가장 유명한 수인(囚人)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시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난은 어떤 사람은 망가뜨리지만 어떤 사람은 승화시킨다"고 했다. 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정치범으로 27년 간 옥고를 치른 넬슨 만델라를 박 전 대통령에 빗댄 것이다.

서 교수는 "그런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당과 주변 세력들이 박 전 대통령의 품위 있고 절제된 호소에 대해 옥중 정치를 하느냐, 자신의 죄를 참회나 하라 등의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다"며 "우리나라는 수인에게도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사설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에서도 사설 절반가량을 박 전 대통령 메시지로 채운 뒤 "박 전 대통령이 분열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 "야권이 분열돼 있으면 '민심의 매'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왜곡된다"라며 보수통합을 주문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권자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전주대비 0.2%오른 31.2%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 '옥중서신' 이후인 지난 5~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 전 대통령 석방론'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반대(68.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은 '옥중서신' 관련 정의당이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고 10일 밝혔다. 정의당은 공직선거법상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자에게 선거권이 없고, 선거권이 없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고발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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