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발언과 관련해 지역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TBS는 김 씨 발언의 핵심은 대구 시민의 안전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9일 TBS는 입장문을 내어 "김어준 씨의 발언은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대구 시민을 비하하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검찰, 일부 언론, 보수 야당을 상대로 대구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방역 대책을 강하게 촉구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3월 6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 6일 김 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어제부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대구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며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면 400명, 300명당 1명꼴로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정말 문제였다면 인구 2300만 수도권은 왜 10만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나오겠나"라며 "숫자가 명백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는 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보수야당은 왜 대구 시민들이 요구하는 강제수사를 검찰에 압박하지 않는가, 검찰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언론은 왜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씨 발언 직후 특정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다.

TBS는 "현재 코로나 확진자의 90% 이상이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역적으로는 대구에, 사회적으로는 신천지라는 종교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만큼 대구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 대책도 이 두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구 사태, 신천지 사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TBS는 김 씨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일부 언론이 김 씨 핵심 발언을 삭제해 '대구 비하'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TBS는 7일 조선일보 기사 <親與 김어준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 與청년위 인사 "대구는 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를 언급하며 "김 씨 발언을 맥락과 시점이 전혀 다른 여권인사의 '대구손절' 발언과 함께 묶어 <도 넘은 대구 비하 논란>이라는 소제목으로 '대구 비하'로 왜곡했다"고 했다.

이어 TBS는 "심지어 해당 기사는 김 씨의 멘트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인 '보수야당은 왜 대구시민들이 요구하는 강제수사를 검찰에 압박하지 않는가, 검찰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언론은 왜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가'라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채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또 TBS는 9일 뉴스1 <'코로나는 대구 사태' 김어준 발언에… 박원순 '침묵'>기사에 대해서도 "'TBS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대목은 단순히 TBS와 서울시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히 위협하는 논조의 기사"라고 비판했다. TBS는 서울시 독립 법인으로 서울시가 TBS의 방송내용이나 편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 씨의 "대구사태" 명명으로 김 씨의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일보, 경북매일신문, 경북도민일보, 대구신문 등 대구·경북지역 언론에서는 김 씨 발언을 규탄하는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경향신문 칼럼 <대구사태와 광주사태>에서 "바이러스가 발발했을 때 반드시 따라야 할 원칙이 있다. 방역은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사안을 자신들의 정치적 어젠다를 확산할 기회로 여기는 여러 세력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여야의 구별이 없어 보인다"고 썼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가장 질이 안 좋은 것은 특정 지역에 낙인을 찍어 고립시키는 언동"이라고 했다. ▲김 씨의 "대구사태" 명명 ▲소설가 공지영 씨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과 2018년 지방선거 결과가 담긴 사진을 비교하며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고 쓴 것 ▲민주당 청년위 소속 인사가 "대구는 어차피 통합당 지역이니 TK(대구·경북)는 손절해도 된다"는 글을 썼다 보직해임된 사건 등을 나열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