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지상파 UHD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달라진 방송통신환경과 국내외 기술여건'을 재검토 이유로 내세웠지만 애초 무리한 정책 수립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6일 지상파 UHD 활성하 방안 마련 추진 방침을 발표하며 허욱 상임위원을 단장으로 지상파방송사(KBS·MBC·SBS, 한국방송협회), 연구기관(KISDI, ETRI) 등이 참여하는 정책추진단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향후 정책추진단을 관계부처, 가전사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로 확대하고, 지역방송·시청자 등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7월 내 새 정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2015년 마련된 지상파 UHD 정책 이후 달라진 방송통신환경과 국내외 기술여건 등을 반영해 지상파 UHD 활성화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며 "그간 국회, 방송사 등에서 정체된 방송시장, 해외 UHD 추진상황 등 여건 변화에 따라 2015년 정책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지상파 UHD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허욱 상임위원(가운데)을 단장으로 지상파방송사(KBS·MBC·SBS, 한국방송협회), 연구기관(KISDI, ETRI) 등이 참여하는 정책추진단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는 박근혜 정부 시기 UHD 방송을 위해 황금주파수로 일컬어지던 700MHz 대역을 무료로 할당받고 적극적인 설비·프로그램 투자를 약속했다. 애초 통신사에 팔릴 예정이었던 700MHz 대역을 할당받기 위한 지상파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주파수를 할당 받은 이후 지상파는 약속한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고, 불성실한 계획 이행은 매년 국회에서 지적사항으로 등장했다.

당장 지난해 10월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청자 오인을 유발하는 지상파 UHD 고지를 수정하고, 목표 달성이 미흡한 지상파 UHD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UHD로 제작된 방송사 콘텐츠가 HD급으로 변환돼 송출되는 상황에서 'UHD'를 고지하는 행위는 "사기이자 허위"라는 게 변 의원의 지적이었다. 또 변 의원은 "UHD 제작과 송출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UHD를 뭐하러 하느냐"며 "이런 상태에서 유료방송채널을 통해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도 안 하고 있다. (지상파가)UHD 송출 시스템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유료방송채널로 보면 시청자의 90%는 볼 것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한 방통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UHD 방송을 시청하려면 미국식 전송방식의 UHD TV를 구매해 별도의 수신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방통위의 2018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UHD TV 보유가구는 9.5%, 지상파 TV 직접수신 가구는 4.2%다. 지상파 UHD를 직접수신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변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지상파3사 UHD 방송 편성비율은 KBS1 13.7%, KBS2 11.4%, MBC 10.5%, SBS 12.7%다. 지상파는 지난해까지 15%의 편성비율을 갖춰야 했다. 지상파는 2027년까지 UHD 방송을 100% 편성·송출해야 하고, 2020년 25%, 2023년 50%의 의무편성 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파3사는 UHD 시설투자 이행률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8월말 기준으로 지상파3사는 시설투자 계획 대비 20%의 실적을 보였다. 지상파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2018년 UHD 시설투자 계획은 530억원이었으나 실제 투자는 106억원에 그쳤다.

UHD 도입 계획 미이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상파는 재원문제를 언급했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해외에서 들여올 UHD 장비의 가격이 아직 너무 높다는 등의 논리를 폈다. 종편, 케이블, OTT 등 과거와 달리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면서 지상파의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을 감안해도 계획 이행 수치가 저조해 사실상 지상파, 국회, 정부 모두 이행할 수 없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방통위는 새 정책방안이 수립되기 전까지 2020년도 광역시권 UHD 의무편성 비율(25%)을 수도권과 동일한 20%로 변경하고, 2020~2021년으로 계획했던 시·군 지역 UHD 방송 도입 일정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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