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오전(한국시각), 유럽 축구 최고의 빅매치가 많은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바르셀로나의 2010-11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그것입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단골로 맞붙었던 두 팀은 현존하는 세계 축구 클럽 팀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팀들'로서 이번에 어떤 명승부로 팬들을 즐겁게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맨유의 심장'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에서 '두 가지 한'을 풀어내려 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7-08 시즌 결승전에서 엔트리에도 제외되는 불운을 겪으며 '씁쓸한 우승'을 맛봐야 했던데 이어 이듬해 2008-09 시즌 결승전 FC 바르셀로나전에서 선발로 나서고도 준우승에 만족했던 두 번의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훌훌 털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박지성의 선발 출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정말로 박지성이 이번에 자신이 가졌던 꿈을 제대로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지난해 6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맞대결을 펼친 박지성, 메시 (사진: 김지한)
박지성이 이번에 출장하게 된다면 FC 바르셀로나의 간판 스타 플레이어이자 세계 최고 골잡이 리오넬 메시와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금까지 총 4번 메시와 맞대결을 벌인 바 있던 박지성은 활발한 몸놀림과 탄탄한 수비력으로 메시 플레이의 숨통을 끊으려 할 것입니다. 반대로 메시는 세계 최고 선수라는 명성에 걸맞은 플레이로 FC 바르셀로나의 2년 만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가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 것은 지난해 6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였습니다. 당시 첫 경기에서 나란히 1승을 거두고 2차전을 맞이한 두 팀 간판 스타, 박지성과 리오넬 메시의 대결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3차례 맞대결 이후 국가대표팀에서는 처음 펼쳐진 대결이어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두 선수의 맞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본 저는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고, 두 선수가 서로 부딪힐 때마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 남아공월드컵 B조 2번째 경기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박지성이 메시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다 알다시피 결과는 1-4, 한국의 대패로 끝났습니다. 당연히 이 경기의 판정승은 메시의 몫이었습니다. 100% 전력을 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발재간과 빠른 스피드, 화려한 기술을 앞세워 4골을 넣는데 직,간접적으로 모두 기여,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입증해냈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고군분투하기는 했지만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주장을 맡은 뒤 뛴 A매치에서 가장 큰 점수차로 패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따금씩 메시의 플레이를 맡기 위해 악착같이 달라붙는 플레이로 선전을 펼치며 경기를 지켜본 한국 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셔터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어지는 플레이 속에서도, 그리고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라는 환경 속에서도 박지성은 끝까지 최선을 다 했고, 이는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자체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적어도 박지성과 메시의 대결에서만 놓고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볼거리가 있었고, 흥미로웠습니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박지성의 플레이가 FC 바르셀로나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의 활발한 움직임과 강력한 압박플레이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경우, 짧은 패스를 위주로 플레이하는 바르셀로나의 숨통을 제대로 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루니, 치차리토 등 맨유에도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중원 싸움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서 박지성이 제 몫을 다 해준다면 맨유나 그가 바랐던 꿈을 이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메시와의 맞대결 전적에서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는 박지성. 1년 전, 홀로 분투하고도 아쉽게 고개를 떨구며 2번 연속 패했던 기억을 싹 지우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플레이로 산소탱크의 위력을 2010-11 시즌 마지막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운명의 그날이 기대되고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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