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법원이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5일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 주요 쟁점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정규직 전환 기대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인정된다면 정규직 전환, 또는 근로계약 갱신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라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아나운서들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해 또는 근로계약갱신에 대해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아나운서들에 대한 특별채용절차는 MBC 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여서, 전환거절이나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주문의 원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MBC가 모두 부담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총 9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했다.

5일 법원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아나운서들 (사진=미디어스)

판결 이후 MBC 측은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법원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단체협약의 취지를 고려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원상회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MBC 관계자는 '원상회복조치'에 대해 "고용형태는 정년이 보장되는 '전문계약직'(무기계약직), 처우는 계약 종료 이전과 같은 상태"라며 “추후 어떤 업무를 부여할지 등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MBC는 “판결에 대한 항소 제기 여부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성제 신임사장은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1심 판결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며 “구성원 사이에 배제되지 않고 어울려 일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날 판사가 주문을 읽자 법정에 참석한 8명의 아나운서들은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말에 어깨를 들썩였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1년 정도 소송을 기다렸는데 기쁘다”면서도 “사측이 항소할지, 아나운서 업무를 다시 시켜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 사장님께서 저희가 복직했을 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회사의 결정을 기다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엄주원 아나운서는 “직종별 장벽을 허물고 빠르고 유연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신임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저희는 아나운서직을 되찾는데 만 2년이 걸렸다”며 “이런 저희에게 아나운서 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하시면 유연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당연한 판결이고 아나운서들을 원직 복직해줬으면 좋겠다”며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이 많았던 사건이고 MBC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계속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소한 MBC 아나운서 사례가 좋은 선례가 돼서 비정규직을 함부로 압박하거나 처우를 불법적으로 하는 노동시장은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C는 2018년 5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아나운서들에게 특별채용을 통보했다. 11명 가운데 특별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은 그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9월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MBC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MBC는 이에 불복해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도 7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낸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했다. 지난해 5월 27일 1년여만의 이들은 복직했지만.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콘텐츠사업국에 배정받았고, 사내 전산망을 이용할 수 없었으며, 업무가 부여되지 않았다.

이에 이들은 지난해 7월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회사의 자체적인 조처로 현재 상태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비방송 업무인 2020년 한글날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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