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020년 3월 5일. 조선일보의 창간 100년이 되는 날이자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창립 45주년이 하루 남은 날이기도 하다. 이날 조선투위 위원들과 조선동아청산시민행동은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조선일보의 역사는 치욕"이라면서 조선일보 내부 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3월 5일 조선일보는 창간 100년을 맞아 장문의 사설을 1면에 냈다. 조선일보는 “100년 전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일본 제국주의, 유신정권, 진보정권에 탄압을 받아왔다면서 “근래 권력 편에 선 매체들까지 조선일보를 공격하고 있다. 정치 상대방을 악으로 간주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언론까지 적대하는 현실”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영향력을 가진 조선일보는 언제나 이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조선일보는 할 말을 해야 했다. 외로운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5일 조선일보 사옥 옆 원표공원에선 열린 <조선일보 창간 100년, 청산해야 할 치욕의 100년>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조선일보가 자화자찬식 사설을 낸 3월 5일, 조선일보 사옥 옆 원표공원에선 <조선일보 창간 100년, 청산해야 할 치욕의 100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 주축은 조선투위였다. 조선투위는 1975년 3월 조선일보에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직당한 기자들이 만든 조직이다. 조선일보는 현재까지 조선투위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창간 100년을 맞아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지만 조선투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조선일보 100년의 역사 중 자랑거리가 왜 없겠냐”면서 “하지만 자랑거리는 조금이고, 대부분의 지면은 치욕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성한표 위원장은 “최근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보도를 잘했다고 자화자찬했다”면서 “내가 당시 취재진이었다. 다른 언론이 다 쓰는 걸 쓴 건데, 그게 무슨 자랑거리인가”라고 물었다. 었다.

성한표 위원장은 “조선일보 치욕을 청산하자는 우리의 외침이 조선일보 내부에 반영되리라 믿는다”면서 “조선투위 발족 45주년이 됐는데, 조선일보 기자들이 귀를 열고 있다면 우리의 외침을 들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젊은 기자가 시민들의 열망과 외침을 듣고 움직이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홍범 조선투위 위원은 “지난 45년 동안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힘을 모아 언론 자정 운동·저항운동을 일으켜주기를 기다려왔다”면서 “그러나 ‘주류’를 자처하는 극우 보수 언론은 끝도 없는 기나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잘못된 언론을 바로잡는 길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민족의 신문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그 역사가 거짓과 치욕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면서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100년을 반성 없이 칭찬하는 비극적 현실을 맞이했다. 조선일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화장지 퍼포먼스 (사진=미디어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조선일보 최악의 보도 10선’을 꼽았다. ▲일제 왕실에 대한 찬양과 아부(1938년~1940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흉악한 행동’이라 칭한 보도(1932년 5월 8일) ▲박정희 유신체제를 환영한 사설(1972년 10월 21일)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고정간첩에 선동된 폭도’라 칭한 기사(1980년 5월 22일) ▲전두환 찬양 기사(1980년 8월 23일) ▲평화의 댐 허위보도(1986년) 등이다.

이날 조선동아청산시민행동은 조선일보의 일왕 부부 찬양 보도를 화장지 형태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조선일보를 화장지에 비유하는 건 화장지에 미안한 일”이라면서 “화장지는 우리 생활에 쓸모가 있지만 조선일보는 민족에 독기를 뿜는 언론이다. 화장지만도 못한 조선일보가 다시는 이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을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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