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 팬들의 기대감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K리그 개막전에서 '더비 라이벌' FC 서울을 꺾고 기세등등하게 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4승 1무 1패로 쾌조의 성적을 내며 이제는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정성룡, 최성국, 이용래 등 이적생들의 면면도 화려했고, 지난해 중반 수원 지휘봉을 잡아 FA컵 우승을 일군 윤성효 감독의 지도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4월 중순부터 수원 삼성은 삐끗한 행보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경남 FC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3연패를 당하는 등 최근 4경기 동안 1무 3패의 부진에 빠진 것입니다. 개막 이전부터 기대됐던 화끈한 공격력은 '10경기 11골'이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의외로 빈약한 모습이고, 전반적으로 체력, 컨디션이 현저히 나빠지며 경기력도 떨어졌습니다. 2-3위권을 맴돌던 순위도 어느새 8위까지 떨어졌고, 시즌 1/3이 지난 시점에서 조금은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생겼습니다.

▲ 수원 삼성 ⓒ연합뉴스
최근 들어 수원의 경기력은 수원 특유의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을 정도로 나빠져 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선수들이 이해하고는 있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빠른 패스, 효율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윤 감독의 철학에 걸맞게 선수들은 나름대로 기민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키플레이어들의 심한 기복, 잦은 패스 미스, 그리고 결정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지면서 수원 특유의 활력 있는 축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무 3패를 기록하는 동안 3득점-6실점에 그치며 공-수 불균형이 초래된 것을 봐도 탄탄함, 활력이 확실히 떨어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결정력입니다. 당초 수원은 염기훈, 하태균, 이현진 등 기존 선수들과 최성국, 게인리히, 베르손 등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 수준급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개막 후 2경기에서 연속 2골을 뽑아넣으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슈팅을 난사하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기회를 잡음에도 이상하게 많은 골을 뽑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결과적으로 수원의 하락세로 이어진 계기가 됐습니다. 팀내 득점 1위(4골)가 수비수인 마토인 것을 보면 수원 공격수들의 난조가 얼마나 심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현진, 하태균, 베르손, 게인리히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다양한 공격 전술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 윤성효 감독 ⓒ연합뉴스
부진의 원인으로, 빡빡한 스케줄에 대해서 효율적으로 해나가야 했던 선수단 운영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무승의 시작이었던 경남 FC전을 앞두고 윤성효 감독은 스스로 K리그, AFC 챔피언스리그, FA컵 등의 일정 때문에 5월에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비교적 풍성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늘 최상의 멤버를 갖고 경기를 운영하고 싶어 했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과연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지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빡빡한 경기일정 속에서 선수들의 전력을 다한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컨디션 난조, 심한 기복, 유기적인 플레이 저하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과에도 영향을 받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나, 팀에서 관리를 하고 있기는 해도 매 경기 전력을 다하다보니 부상도 발생하고, 체력적인 난조도 이어지며 전력 누수도 부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상황이 어렵기는 해도 수원은 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4경기 무승에 그치고 있어도 이를 만회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으며, 기본적인 전력 자체는 여전히 강력함을 유지하고 있는 수원입니다. 그런 만큼 수원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비법은 바로 분위기 반전입니다. 분위기를 살리는 계기를 만들어 자신감도 찾고 선수들이 갖고 있는 본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 11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은 수원에게 아주 중요한 경기입니다. 공교롭게 수원이 4경기 무승을 달리는 동안 부산은 4경기 무패를 달리며 수원의 턱밑까지 쫓아 올라와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다면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뿐 아니라 다음 주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나고야 그램퍼스 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위기도 바꾸고 올해 노렸던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데 큰 힘을 얻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딱 1년 전에 수원은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차범근 감독이 중도 사퇴하는 아픔을 맛본 적이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출범한 '윤성효 수원'은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K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FA컵 2연패라는 위업도 달성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1년 만에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수원 삼성. 이번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며 반격에 나설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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