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총선을 앞두고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편지를 내놓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이 노골적인 박 전 대통령 메시지 전파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4일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최근 자유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연일 강경 보수당 창당에 보수진영 분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래통합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촉구한 것이다.

중앙일보 3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편지 관련 기사 갈무리

5일 조선일보는 사설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의 절반가량을 박 전 대통령 메시지로 채웠다. 이어 조선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정당을 만들어 제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결국 야권 분열을 부르는 일"이라며 "여기서 박 전 대통령이 분열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정권이 실정을 저지르면 선거로 민심의 매를 맞아야 한다"며 "야권이 분열돼 있으면 '민심의 매'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왜곡된다"고 했다. 이른바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박 전 대통령의 보수통합 메시지를 강화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선거법 개정, 검찰개혁 법안 처리, 코로나19 관련 중국에 대한 제한적 입국금지 등을 '폭거'와 '실정'으로 정의하며 무력하고 무능한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견제 세력이 견제 세력답게 존재하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금처럼 피부로 절감하는 때도 없을 것"이라며 보수통합을 주창했다.

3월 5일 조선일보 사설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칼럼 <옥중 박근혜, 돌아가는 상황 다 꿰고 있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칼럼 <옥중 박근혜, 돌아가는 상황 다 꿰고 있었다>에서 "메시지 한방으로 보수 분열을 해결했다"고 치켜 세웠다.

강 논설위원은 '박근혜 팔이' 대구·경북(TK) 세력은 갈 곳을 잃었고, 미래통합당은 공천 개혁으로 박 전 대통령 메시지에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는 보수 통합에서 최고의 변수였다"며 "박근혜가 전례없이 친필을 통해 '정본'임을 인증한 이 메시지는 단일대오로 문재인 정권 심판을 꿈꿔온 통합당과 중도 보수에게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의 메시지는 통합당 공천의 하이라이트인 TK 공천의 분수령을 만들었다. 4년 전 박근혜 탄핵을 놓고 갈가리 찢긴 보수를 삽시간에 뭉치게 하는 파워도 발휘했다"며 "박근혜의 용단에 통합당은 자기혁신으로 화답해야 한다. 화끈한 물갈이와 참신한 인재 영입으로 유권자를 감동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중앙일보 지면에는 <박근혜 "거대 야당에 태극기 힘 합쳐달라">, <박근혜, TK 위로하며 2006년 테러 거론 감성 호소> 등의 기사가 실렸다.

이날 조선·중앙일보의 기사와 사설, 칼럼에서는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 그것도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재난상황을 맞이한 시점에서 내놓은 정치공학적 메시지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으로 함께 거론되는 동아일보의 보도태도는 상이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와 관련해 칼럼이나 사설을 쓰지 않았고 기사에서는 '옥중 메시지 논란', '보수야권 환영 속 속내는 제 각각', '정치적 효과 극대화할 타이밍 맞춘듯' 등으로 정리했다.

3월 5일 경향신문 사설 <박근혜 '옥중 정치' 새로운 국기문란이다>

주요 진보·중도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개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사설 <박근혜 '옥중 정치' 새로운 국기문란이다>에서 "감옥에서까지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이 세력, 저 세력을 다 합쳐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라며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옥중에서 이제껏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궁리나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사설 <박근혜, '국정농단' 참회 없이 '옥중정치'할 때인가>에서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직 대통령이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옥중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여정은 멈추었지만 북한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마치 자신의 ‘탄핵’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졌다는 뉘앙스"라면서 "반성은커녕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전직 대통령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코로나19 고통중에 국민분열의 ‘옥중정치’, 옳지 않다>에서 헌법재판소에서 8대0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겨냥한 옥중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특히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는 시점에서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썼다.

한편, 이번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른바 '탄핵 공동 전선'을 다시 뭉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앙일보는 기사 <민주당 "전직 대통령이 국론분열 작태, 총선 심판의 장 될 것">에서 "민주당이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지만, 내심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가 여당의 4·15 총선에 나쁘지만은 않게 작용할 거란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적어도 최근 이탈 조짐을 보인 중도·무당층을 다시 붙들거나 여권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도했다.

대구 북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동아일보 기사 <與 "옥중 선동… 탄핵 부정하는 것">에서 "표심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신천지라는 점이 명확한 상황이라 이 지역 민심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사에서 또 다른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진보 지지층 결집은 물론이고 '조국 사태'와 '비례연합정당 논란' 등을 거치며 분열한 '탄핵 공동 전선'이 다시 뭉치는 계기로 작용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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