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음악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 국가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노래방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수 뺨치는 가창력을 뽐내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모든 이들은 음악 재생기계를 하나씩 가지고 음악을 들으며 살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음악을 가지고 겨루는 무대이고, 심지어는 2%만 나와도 대박이라는 케이블 TV의 시청률을 단박에 10%를 훨씬 넘긴 것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집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서 그렇게 음악은 흘러나오고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00회 특집 2탄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음악들을 창조해내는 '레이블'을 주제로 하여 방송을 꾸몄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너무나 친숙하게 '기획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3대 기획사라는 SM, YG, JYP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 가장 유명한 기획사가 저 3곳이라서 그럴지 몰라도 '기획사'라는 곳은 우리에게 음악을 하는 '가수'가 속해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질 좋은 '가수'를 만들어내는 '가수양성소'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The LABEL'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 다양한 음악인 집단을 소개한 스케치북의 시도는 왜 스케치북이라는 프로그램이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소개된 레이블은 '안테나 뮤직'이었다. 정재형, 루시드 폴, 페퍼톤즈, 박새별 그리고 유희열이 속해 있는 '안테나 뮤직'은 하나의 레이블에 있는 가수들이 함께하는 합동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레이블'이 지니고 있는 지향성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유희열이 무릎을 꿇으며 열창하는 모습에서 하나의 레이블 안에서 즐겁게 음악을 하는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두 번째로 소개된 레이블은 '힙합'레이블이라고 봐도 좋은 '부다사운드'이다. DJ DOC, 45RPM, 레드락, 바스코 등이 속해 있는 '부다사운드'는 힙합 레이블이 가진 음악을 마음껏 선보여 주었다. 특히 공연 중 바스코의 실수로 무대가 중단된 것은 이들이 가진, 어쩌면 씁쓸할 수도 있는 가요계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너무나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바스코는 첫 번째 무대에서 가사를 잊었는지 공연을 멈추었다. 그리고 스스로 음악을 한 지 11년인데 처음으로 방송을 하는 거라서 머릿속이 하얗다고 말하며 다시 공연을 이어갔다. 그리나 곧 다시 한번 공연이 중단되었다. 역시 또 가사가 기억이 안 났던 것이다. 관중들은 '괜찮아'를 연호했다. 그리고 이하늘은 이렇게 말했다.

'부다 사운드가 만들어진 지 10년인데, 제가 제일 큰형인데, 그 전에 이런 무대를 동생에게 못 만들어 주고, 처음으로 이런 무대를 만들어줘서,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곧 관객들은 다시 환호했고, 바스코는 훌륭하게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성을 받았음은 당연하다. 10년 넘게 음악을 해도 방송 무대에 한번 서기 어려운 환경에서 스케치북이 이런 무대를 만들어주었다는 것 자체가 스케치북이 왜 사랑받아야 할 프로그램인지를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은 많은 분들에게 친숙한 '붕가붕가 레코드'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 코베인,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이 속해 있는 붕가붕가 레코드는 홍대 인디씬을 대표하는 인디 레이블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The Label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는 것은 이들이 가진 음악의 다양성이 결국 대한민국 음악의 근본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스케치북의 배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공연한 마지막 노래 R&B는 가사에서 스스로 '인디음악'을 벗어나자며 스스로를 파괴하며 현실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 가사야말로 '스케치북'이 알리고자 한 아이돌 일색, 혹은 유행하는 음악의 폭력적 자기복제가 이뤄지는 대한민국 가요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여운을 남겼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대형 기획사들이 만들어낸 비슷하고 팔릴 만한 상품들 일색이었겠지만, 실제로 그 밑바탕에는 수많은 새로운 다양한 음악들이 잉태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음악독재국'이 아닌 '음악민주국'이라는 것, 그것을 스케치북 100회 특집 2탄 'The label'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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