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분명히 내 멘티들 중에서 나올 것.”

몇 개월 전, 위대한 탄생이 처음 시작했을 때 방송된 사전조사에서 김태원이 한 말이다. 시청자 투표로 진행된 선호도 조사, "누가 1등 멘티를 뽑을 것 같나"등의 질문에서 하위권에 있었던 김태원은 그랜드 파이널을 앞둔 지금 당당하게, 그리고 보란 듯이 1위와 2위에 자신의 멘티들의 이름을 올렸다.

이태권과 백청강, 손진영과 양정모로 이루어진 외인구단은 어찌 보면 소외된 이들이다. 음악성 자체를 부가적 요소에 의해 인정받기 힘든 이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상품'으로 살아남기 힘든 모습을 가진 이들이 음악과 스타로서 자신의 끼를 무한히 보여주며 여기까지 올라왔다. 건강 문제상 아쉽게 불참한 김태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사랑하고 계신 분들이 유독 많은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라고 말한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을 완벽한 '오디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두 명의 도전자들이 남은 상황에서 그 말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은미는 틀렸다. 위대한 탄생은 드라마다.

더 넓게 말해서, 이은미의 판단은 틀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은 드라마에 있다.


성장, 내러티브의 중요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내러티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가난 혹은 기타 외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보인 출연자가 '음악' 그 본질만을 인정받아 꾸준히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자는 백청강과 이태권이 처음 출연했을 때부터, 후자는 "Bad case of loving you"나 "Heartbreaker" 등에서의 다양한 모습과 끊임없는 실력 발전을 보인 두 사람에게서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슈퍼스타K2의 허각은 그렇게 우승했다. 모든 게 잘나보이는 존박보다는 가난한데다 멋진 외모를 가지지 못했지만 실력 있는 허각에게 사람들의 표가 몰렸다. 서인국과 조문근의 예와 다른 엄청난 표 차이였다. 마치 슬램덩크와 같다. 풋내기 강백호가 농구를 배워가며 빠르게 성장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모습을 사람들은 지켜보며 환호하는 것이다.


스타는 기획사에서, 위대한 탄생에서는 가수를

어떻게 보면 위탄의 몇몇 출연자들은 '아이돌 스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 손해를 안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기획사에서 양산하듯 만들어내는 아이돌들에 지쳐있던 대중은 음악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외모는 못났지만 노래 잘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수를 원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시혁이 말한 '아이돌 스타성'은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에는 없다. 오직 노래와 끼를 중심으로 한 음악성에 대중은 환호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다. 스타는 기획사에서 만들고 위대한 탄생에서만큼은 진정한 가수를 만들고 싶은 어떠한 드라마가 대중에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악역이 주인공을 만들었다

이은미는 데이비드 오가 화끈한 록을 했을 때는 "당신의 다른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이라 하며 9점대의 높은 점수를 주고, 백청강이 하트브레이커로 파격적인 댄스 무대를 보였을 때는 "모창에서 벗어나야"라며 7점대의 낮은 점수를 주는 등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원의 멘티들에게만 유독 짜보였던 그녀의 점수와 방시혁의 마구잡이 비판이 토스되어 이 둘은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을 망치는 악역을 담당했다. "누가 멘토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누구의 멘티인지"가 중요하게 되어버려 김태원의 멘티들에게 투표가 몰리는 등 여기서 출연자의 당락을 좌우하지 않았을까하는 조심스런 추측까지 해본다.


누가 우승할까?

위대한 탄생 시즌1의 결승은 '드라마의 대결'이다. 백청강과 이태권은 과정이 많이 닮아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소재거리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가 우승할지 확실하게 예상하는 못하겠지만, 이미 둘 다 위너임은 확실하다. 단 한 명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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