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2위를 유지하고 있는 LG의 가장 큰 상승 요인은 박현준, 리즈, 주키치로 구성된 탄탄한 선발진입니다. 7승으로 다승 단독 1위를 질주 중인 에이스 박현준은 물론,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비교적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리즈와 주키치의 팀 기여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LG를 강팀으로 선뜻 꼽기는 어렵습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불펜진이 강력해야 하지만 마무리로 낙점된 김광수가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불펜진이 취약해 경기 종반 역전패를 종종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팀의 중심인 센터 라인 역시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센터 라인은 포수, 2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중견수로 이어지는 수비의 핵심입니다. 시즌 전 박종훈 감독의 센터 라인 주전 구상은 포수 조인성, 2루수 박경수, 유격수 오지환, 그리고 중견수 이대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지환이 오른 손등 부상과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박종훈 감독의 구상은 어긋났습니다. 박경수를 유격수로 옮기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서동욱을 2루수로 기용했으나 두 선수 모두 클러치 에러를 자주 범하고 있습니다. 박경수의 실책은 8개로 롯데 문규현과 함께 가장 많습니다. 서동욱의 실책은 3개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포함하면 결코 적지 않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박경수를 주 포지션인 2루수로 기용하고 수비가 좋은 윤진호를 유격수로 선발 출전시키고도 있지만 30타수 3안타, 꼭 1할의 타율에서 알 수 있듯이 윤진호의 타격 능력이 떨어져 한 경기에서 한 번도 출루를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다년 간 키스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박경수가 올 시즌 이후 군에 입대하며 팀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내년 이후 LG 내야의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 조인성 ⓒ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조인성이 버티는 포수 자리도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불안 요인입니다. 타율 0.317, 28홈런 107타점의 커리어 하이로 생애 첫 골든 글러브를 거머쥔 작년의 맹활약이 올해도 이어져 현재까지 타율 0.338(2위), 8홈런(3위), 33타점(2위)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간혹 처리할 수 있는 투구도 패스트 볼이나 폭투로 연결시키며 결정적인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와 전 경기 출장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감안하면 조인성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거나 갑자기 기량이 쇠퇴할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근 심광호가 일주일에 한 경기 정도 선발 출장하며 조인성의 체력을 비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타격과 도루 저지 능력에 약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조인성보다 단지 2살이 적은 나이를 감안하면 조인성의 대안으로 꼽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타격 능력이 인상적인 윤상균은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에 대한 의문을 떨치지 못해 선뜻 마스크를 씌워 선발 출장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안방마님과 키스톤 콤비의 대안을 물색하는 것은 당장 시작해도 이른 것이 아닙니다. 2군에서 육성된 선수가 1군에 올라오자마자 공수 양면을 충족시키며 혜성처럼 활약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의 센터 라인 대안 찾기는 당장의 팀 성적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지금부터 1군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기존 선수의 공백을 일시적으로 메우는 미봉책으로서의 백업 멤버가 아니라 주전급의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합니다.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가 올 시즌 가을 야구를 하는 것이 지상과제이지만 야구를 올해만 하고 말 것은 아닙니다. LG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센터 라인의 대안 발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5년 임기 중 2년차를 보내고 있는 박종훈 감독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팀 성적과 선수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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