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32강전이 끝났습니다. K리그에서 뛰는 프로팀들과 아마추어 팀들이 맞붙은 첫 순간이었던 32강전! 1,2라운드를 거쳐 올라온 팀들의 활약은 K리그 팀들에게 매년 그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는데요. 실재로 올해 FA컵 32강전에서는 K리그 팀들의 상당히 거센 도전을 맞이했고, 만만치 않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16개의 K리그 팀들 가운데, 역대 최대인 3개 팀이 16강 합류에 실패했던 올 2011 FA컵 32강전. 과연 그 모든 것이 실패일까요? 대부분의 언론에서 말한 K리그의 "아쉬운" 패배라는 접근이 맞는 걸까요?

아름답고, 값진 경기의 가치를 이번 FA컵 32강전에서 생각해 봅니다.

부산교통공사의 외국인 서포터즈 찰리, 그가 사랑하는 우리 주변의 것, 늘 만날 수 있는 우리 팀을 응원한다는 그의 축구사랑, 4년에 한번 오는 월드컵이 아닌 늘 곁에 있는 팀을 응원한다며, 1등만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그. 그리고 그의 팀 내셔널리그의 부산교통공사는 이번 32강전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셔널리그 3위팀인 부산교통공사와 K리그 6위팀 경남의 경기는 2대 1, 부산교통공사의 승리였습니다. 내셔널리그의 수원시청은 광주FC를 상대로 역시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2년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죠.

또, 내셔널리그 선두, 울산 현대미포조선은 대구FC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거. -대구FC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탈락이란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이 또 "축구" 아니겠습니까?-

가장 아쉬웠던 도전의 순간은 옛 K3리그 포천시민구단. 현재. 3부 리그의 이름은 챌린저스리그인데요. 챌린저스리그에서 유일하게 32강에 오른 포천시민구단은 강한 상대를 만났습니다.

K리그의 명문 수원 삼성과 맞대결을 펼쳐야 했던 그들. 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에 무너지며 1-3으로 졌죠. 하지만, 축구의 값진 가치를 전해준 그들에게, 뷰티풀 게임을 펼친 상대에게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K리그 구단들에겐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지 모를 패배, 사상 최초로 K리그 팀이 16로 늘어나며 자칫 16강부터 K리그의 대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결과는 사상 최대의 팀이 탈락했던 FA컵 32강전.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K리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자극이 될 듯 하고,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과 관심을 모을만한 일입니다만. 정작 이 대회의 주관, "대한축구협회"에겐 그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아쉬움만이 느껴졌습니다.

팬들이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으면 경기 상황을 알기 어려웠고, TV 중계는 한 경기도 없었다는 거. 8강전까지의 대회 운영을 모두 홈팀에게 넘긴 시스템의 한계도 문제입니다. 중계가 없는 경기에 한해 광고권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시스템의 한계이자, 축구협회의 꼼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을 듯.

대부분의 구단은 적자를 감수하고 경기를 치르고, 언론에서도 큰 관심이 없는 대회로 8강전까지 이어집니다. 4강전쯤 되어서야 TV중계도 함께하고, 관심도 모으는데요. 그때쯤 되면 축구협회의 열정도 커진다는 거.

아름다운 도전과 값진 경기의 모습들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아쉬움들. 그것에 조금은 기분이 상하지만... 그래도 어찌됐던 32강전의 여러 이야기들은 축구의 매력과 가치를 우리에게 한껏 안겨주네요.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한 K리그 외에 우리 클럽축구를 알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FA컵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할테니깐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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