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미래통합당 추천위원인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2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이중잣대를 보였다. 이상로 위원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정보 게시물에 대해 “언론사에 소개된 전문가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 “JTBC 팩트체크 중 엉터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에 대해선 “언론 보도를 보면 (비방의 근거가) 사실에 가깝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정보를 검증한 언론사 팩트체크는 신뢰하지 않고, 정권 비방 영상물의 근거가 된 언론 기사는 믿는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2일 코로나19 게시물 18건을 심의했다. 통신소위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 게시물 9건을 시정요구(게시물 삭제 및 차단조차)했다. ▲경상도·전라도 지역 비하 게시물 6건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있다는 허위게시물 1건 ▲‘우한폐렴에 걸리면 공공장소로 나가 만 명을 감염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게시물 1건 ▲일반 질환으로 거리에서 쓰러진 환자 사진에 ‘코로나19 환자’라고 표현한 허위게시물 1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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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소위는 “드라이기로 코로나19를 소독할 수 있다”는 허위게시물에 대해 의결보류 결정을 내렸다. 앞서 SNS에선 김희진 춘해보건대 총장 명의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가장 약합니다. 온도가 30도만 되어도 활동이 많이 약해지거나 죽습니다. 외출 후 신경쓰이는 옷이나 물품을 모두 헤어드라이기로 샤워시키세요”라는 글이 떠돌았다. 하지만 김희진 총장은 해당 글을 쓴 적이 없다. 춘해보건대는 “총장 명의를 도용해 무분별하게 관련 글이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이기로 마스크를 소독시킬 수 있다는 내용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마스크 제조사들은 “드라이기로 마스크를 가열하는 것은 필터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의학 전문가들 역시 드라이기 가열을 통한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전문가들은 드라이기를 통한 마스크 재사용이 필터를 악화시키는 방법이라고 단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숙 위원은 “가열에 의한 바이러스 사멸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정설”이라면서 “막연한 유추나 추측은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시정요구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상로 위원은 언론 보도와 전문가 의견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상로 위원은 “헤어드라이기를 통해 재사용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면서 “언론에 소개된 전문가의 주장 역시 믿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나 미국 FDA의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로 위원은 “개인적으로 드라이기 열풍으로 바이러스가 죽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드라이기를 통한 마스크 재활용이 효과가 없다는 식의)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로 위원과 강진숙 위원의 논쟁이 이어지자 심영섭 임시 소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한번 문의한 후 심의를 재개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며 의결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상로 위원은 질환으로 거리에서 쓰러진 환자 사진에 ‘코로나19 환자’라고 표현한 허위게시물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직접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한 시정요구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JTBC가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밝혔지만, 이상로 위원은 “JTBC 팩트체크를 믿으면 안 된다. 펙트체크 중 엉터리가 많다”고 했다.

이상로 위원은 JTBC 태블릿PC 보도와 관련해 방통심의위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상로 위원은 방통심의위에 들어오기 전 태블릿PC 조작보도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했다. 방통심의위가 2018년 JTBC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리자 이상로 위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방통심의위와 위원들을 비난했다. 방통심의위는 이상로 위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이상로 위원은 “사려 깊지 못한 방법과 표현으로 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생각이 짧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진숙 위원은 “기자의 취재는 공식 기관인 보건소를 기반으로 했다”면서 “기자가 객관성이나 보도준칙을 어겼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JTBC뿐 아니라 YTN, 뉴시스 등 다른 언론에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영섭 소위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충분히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며 해당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상로 위원은 심의 내용에 따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실에 가깝다’는 입장을 펴기도 했다. 한 극우 인사는 유튜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500만 달러를 조공했다’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 장을 가져다줬지만 패싱당했다’ ▲‘중국이 일본에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한국에는 그러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폈다. 이상로 위원은 “정부를 비난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면서 “(게시물의 주요 근거는)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보도가 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강진숙 위원은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감사 인사를 했다. 합리적인 의심과 성찰이 필요할 때”라면서 시정요구 의견을 냈다. 하지만 심영섭 소위원장은 “최소규제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면서 해당없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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