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도 어느새 1/3을 소화했습니다. 각 팀의 순위 경쟁이 정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타이틀 경쟁 역시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축구 선수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타이틀이 될 수 있는 득점 경쟁이 각 팀 순위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현재 K리그 득점 선두는 '뼈드라이커' 김정우(상주 상무)입니다. 김정우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고 순도 높은 골결정력을 앞세워 8골을 기록해 '깜짝 득점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깜짝'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김정우가 이렇게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재발견'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만큼 김정우의 공격 본능은 K리그 판을 아주 뜨겁게 달궜습니다.

▲ 김정우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공격수들의 물오른 득점 감각이 이어지면서 득점왕 순위 경쟁이 아주 후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2년 전 득점왕을 차지했던 이동국(전북 현대), 그리고 꾸준하게 한 시즌 동안 10골 이상을 책임졌던 외국인 공격수 데얀(FC 서울)이 특유의 몰아치기로 각각 7골, 6골을 집어넣으며 바싹 따라 붙었습니다. 초반 잠시 주춤했던 이들은 잠잤던 득점 본능을 살려내면서 한 경기 멀티골, 또는 해트트릭(데얀)으로 몰아치기를 하며 득점 경쟁에 본격 가세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득점 경쟁과 함께 해당 선수들이 소속된 팀 상승세가 어느 정도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상주 상무는 김정우의 물오른 공격력을 앞세워 초반 K리그 판을 제대로 뒤집으면서 4승 4무 1패 성적으로 단독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즌 개막 후 단 한번도 중하위권도 떨어지지 않았을 만큼 상주 상무의 탄탄한 전력은 많은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요. 경기를 이기기 위해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던 김정우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동국, 데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국이 득점 뿐 아니라 도움도 5개를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전체 1위를 달리자 전북 현대의 상승세도 뚜렷하게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닥공 축구(닥치고 공격)'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이동국이 제몫을 다 하니 전북은 4월 중순 이후 수직 상승하며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가고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데얀 역시 8라운드까지는 침체기를 겪다 9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올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10라운드 경남 FC 전에서 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연승 행진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자연스레 FC 서울도 15위까지 떨어졌다가 단숨에 7위까지 오르며 초반 부진을 어느 정도 씻었습니다.

▲ 이동국, 데얀 ⓒ연합뉴스
한 단계 내려가서 5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는 한상운(부산 아이파크), 박은호(대전 시티즌)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4월 중순까지 2골을 기록했던 한상운은 지난달 대전 시티즌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꾸준한 공격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러자 부산 아이파크도 자연스레 순위 상승효과를 받으며 중위권 순위 경쟁에 본격 가세했습니다. 반면 3라운드까지 4골을 넣으며 득점왕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던 박은호는 이후 페이스가 주춤해지면서 1골을 추가하는데 그쳤는데요. 대전 시티즌의 성적도 곤두박질치면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선수들의 득점 경쟁 뿐 아니라 각 팀의 분위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득점왕 레이스가 참 흥미롭게 보입니다. 골을 넣어야 하는 스트라이커들의 역할, 그리고 비중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올 시즌에 선수들이 유독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득점 경쟁중인 선수들의 스타일도 저마다 다르고, 정통 미드필더 출신인 김정우의 가세로 득점왕 경쟁이 '공격수들만의 경쟁'이라는 틀을 깼다는 점 등에서 어느 때보다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경기가 남아있는 가운데 과연 K리그 득점왕 경쟁에 있는 선수들이 얼마만큼 더 뜨거운 득점 본능, 그리고 경쟁을 보여줄지 K리그를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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