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얼마 전, 수원컵 U-20(20세이하) 대회를 치러 1승 1무 1패 성적으로 3위에 올랐습니다. 대표팀은 두 달 뒤,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을 앞두고 벌인 실전 평가전에서 결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많은 숙제를 남기면서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3경기 동안 2골에 그친 빈약한 공격력, 느슨하고 유기적이지 못했던 조직력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내며,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았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바로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뛰었던 스트라이커 기대주 석현준이었습니다. 탄탄한 체구에 유연한 몸놀림,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석현준의 U-20 대표팀 합류는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실전을 뛴 탓이었는지, 아니면 동료들과 손발이 안 맞았는지 석현준은 이번 대회 첫 경기 나이지리아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훈련 도중 무릎 인대를 다치는 부상을 당하며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칠 기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아쉽게 이번 대회를 마친 석현준에 대한 언론, 팬들의 아쉬움, 우려는 컸고,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 공격수 석현준 ⓒ연합뉴스
석현준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기적처럼 함께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그 덕분에 지난해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나름대로 합격점을 받았던 그였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U-20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 어느 정도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큰 체구(190cm, 83kg)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움직임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고, 어린 나이에 큰 무대, 명문 팀에서 뛴 경험은 그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것들만 놓고 보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주전 공격수, 그리고 박주영의 대를 이을 차세대 스트라이커라는 말을 들을 만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악재가 덮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경기력도 떨어졌습니다. 본인은 충분히 장점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만 경기에 투입되는 시간이 점점 줄고, 어린 나이에 홀로 타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운 면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경기력도 영향을 미쳤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플레이로 서서히 묻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결국 아약스에서도 사실상 그를 방출하기에 이르렀고,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올림픽대표팀, U-20 대표팀에서도 떨어진 기량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감독들의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나이지리아전 한 경기에서 보여준 석현준의 플레이는 분명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로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인기에 의존하려다 번번이 막히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파트너 선수들과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아 따로 돌아가는 듯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석현준 본인도 속상했을 것이고, 이광종 감독은 "자만심이 생긴 것 같다. 체력도 떨어지고 심적으로 불안한 것 같다"라며 석현준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직접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광종 감독이 한 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감독은 "소속팀에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체력이 안됐다. 앞으로 훈련을 통해서 체력 보완을 한다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팀과의 계약이 잘 성사되지 않을 경우, 따로 불러서라도 훈련에 집중시켜서 몸상태를 끌어올리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만큼 석현준에 대한 남다른 애착, 그리고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출전한 경기를 갖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얘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수 기량이 오르는 것은 선수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변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지도자, 동료 선수들의 도움이 있고, 멀리서는 선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그렇습니다.

한때 유망한 선수로 평가받다 몇 경기 못 하고 슬럼프에 빠졌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으며 자신감 저하로 기량이 정체되고 관심도 못 받고 결국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것은 한두 번 일이 아니었습니다. 프로 선수로 가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는 해도 인내를 갖고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의 결과만 놓고 왈가왈부해서 결과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유망주'에만 머무는 그 과정은 대형 선수를 잇달아 놓친 주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지금 현재의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보면 석현준이 맞이한 셈인데 본인 노력 여하에 달려 있겠지만 아직 그래도 성장 과정에 있는 만큼 주변 여건, 그리고 팬들의 올바른 시선도 상당히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석현준은 분명히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있는 선수입니다. 그런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석현준은 현재의 위기를 스스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자세를 제대로 가져야 합니다. U-20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둔 만큼 이를 터닝포인트 삼는다는 생각으로 석현준은 분명하게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모습이 잘 나타난다면 그를 바라보는 팬, 언론 등은 일단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이 잘 갖춰졌을 때 석현준이 기대했던 대로 분명히 한국 축구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지금은 건전한 비판과 더불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끔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