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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어-댓글 서비스 조치는 불충분하다[culture critic] 이슈 유통 인프라에서 주변화된 포털 사이트
윤광은 | 승인 2020.02.20 08:12

[미디어스=윤광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와 연예기사 댓글 창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는 총선 기간 동안 중단하는 것이고, 연예기사 댓글 창 폐지엔 잠정적이란 단서가 붙어 있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 다음은 일찌감치 같은 결정을 내렸었다. 지난해 말 모 유명인의 죽음 직후 연예기사 댓글 창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없앴다. 네이버는 저 동향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는데, 총선을 맞아 연예기사 댓글 창을 없앤다고 하니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어찌됐든, 어떤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그 자체의 효과를 수긍하고 평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네이버의 결정은 반향을 부를 수 있을까?

먼저, 급상승 검색어와 뉴스 댓글 창을 없애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자. 검색어 순위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알려주는 지표다. 반대로 말하면, 검색어 순위가 사회의 관심사를 대표할 때, 검색어 몇 개로 선별되는 키워드 이외의 나머지 이슈는 사람들 시야에서 누락돼 버린다. 마찬가지로, 순위가 높은 검색어는 사회적 관심사를 빨아들이고 과잉 대표하는 역기능이 있다. 급상승 검색어는 그때 그때의 휘발적 이슈로 주요한 의제를 덮어 버리거나 순간의 가십으로 사회적 주의력을 뺏어 간다. 한국에서 포털 사이트는 뉴스를 공급하는 거대 플랫폼이기에 부작용이 더 크다.

포털 뉴스 댓글 창은 뉴스 소비자들의 의견이 형성되는 장소다. 뉴스가 있다면 토론을 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광범위한 규모로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온라인 댓글 창이지만, 베스트 댓글을 통한 여론 선점 효과 등의 부작용이 있다. 더구나 온라인에서 뱉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뱉는 말이 넘친다. 어떤 의제 수준에 이른 사회 현안이라면 이런저런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의견 통로를 유지할 실익과 명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십성 단신이 대다수인 연예 뉴스는 악성 댓글을 파종하는 모판과도 같다. 차라리 댓글 창을 없애는 데서 실익과 명분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름의 합리적 취지가 있는 네이버의 개편 조치가 실질적 변화를 담보할까?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조치들을 떠나 사회의 이슈 유통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는 더 이상 공론과 세론이 집결하는 허브가 아니다. 00년대에는 저 역할을 하는 메인 거점이 포털 사이트였다. 하지만 10년대 이후 SNS의 시대가 오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서 여론이 생성되는 장소가 산개됐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아니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물을 읽고 이슈 동향을 파악하는 인터넷 사용자가 많을 것이며, 포털 댓글창이 아니라 SNS 포스트와 커뮤니티 게시판에 기사를 공유하고 의견을 남기는 사용자가 많다는 뜻이다. 유명인 악성 댓글이 삐뚤어진 형상으로 자라는 비닐하우스 또한 폐쇄적 환경의 연예 커뮤니티이며, 포털이고 커뮤니티고 필요도 없이 유명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곧장 악성 댓글을 쓸 수도 있다. 포털 사이트는 과거에 비해 이슈 인프라에서 주변화됐다. 예를 들어, 유명인의 팬덤이 유명인을 향한 악성 루머를 방어하려고 한다면 가장 댓글을 관리하기 쉬운 장소가 바로 포털 사이트 댓글 창이다.

포털을 개혁하는 조치가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다. 총선 기간 급상승 검색어를 없앤다, 연예뉴스 댓글 창을 잠정 폐지한다, 이런 한정적이고 한시적인 조치를 넘어 개혁의 취지를 뚜렷이 노정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와 여론이 생성되는 거점이 분화했다면, 그 범위를 아우르는 개혁 지침과 관리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 커뮤니티 운영자에겐 악성 게시물과 댓글을 관리하는 법적 의무가 부과돼야 하고 SNS 역시 마찬가지다. 포털에 한정하더라도 변화한 포털의 기능과 위상에 따른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 포털은 여론 집결 기능이 약해지면서 뉴스 공급 플랫폼의 기능에 좀 더 치우쳤는데, 포털은 뉴스 조회수를 경매하는 시스템이 됐다. 자격 미달의 언론, 가십으로 한 탕을 노리는 천박한 기사가 너무나 많다. 비유하자면, 댓글 작성자를 넘어 언론사가 ‘악플러’가 돼 버린 상황이다. 이들은 언론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벌이고 있으니 문제의 질이 다르다. 문제시되는 기사를 반복해서 공유하는 언론사는 기사 노출을 제한하고 포털 입점을 철회하는 조치가 실질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뉴스 소비와 여론 생성의 거점이 산개되었다는 것은 이슈 소비 트렌드와 악성 댓글의 양상이 분화되었다는 말이다. SNS와 유튜브는 근본적으로 1인 미디어의 속성이 있다. 과거엔 ‘누리꾼’들이 뉴스의 수동적 소비자로서 댓글 창에 타자를 쳤다면, 지금은 저마다가 뉴스의 생산자, 공급자로서 활동한다. 악성 댓글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대부분 맞장구 칠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남의 것처럼 취급하며 ‘악플러’를 속 편하게 욕하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여초 커뮤니티와 여성 사용자 기반의 연예 커뮤니티, 트위터를 악성 댓글의 온상지처럼 규정하지만, 자신들의 게시판에서 유명인을 향한 성희롱과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건 없는 셈 치는 것 같다. 변화는 제도와 인식의 개선으로 일어난다. 선행돼야 할 건 제도이며, 제도의 변화가 인식의 변화를 견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거기 호응해 의식 체계를 돌아볼 마음가짐을 마련해야 한다.

윤광은  https://brunch.co.kr/@mcwann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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