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이 SBS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한 SBS 사측의 주장을 뒤집는 문서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BS 경영진은 2016년 이미 대주주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했다.

SBS본부는 19일 노보를 통해 입수 문서를 공개하며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사측 주장의 요지는 SBS 경영진은 TY홀딩스 전환 계획을 지난해 12월 중순 처음 인지했으며, 태영 측으로부터 SBS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라면서 "사측의 이러한 답변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영진의 내부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공시되고 매각 논란 불거지자, SBS 사측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등으로 인한 SBS 지배구조 변화의 문제는 자본시장법 상 구체적 해결 방안을 공개할 수 없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19일 노보를 통해 공개한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 문서 (사진=SBS노보)

SBS본부가 노보를 통해 공개한 문서는 2016년 6월 당시 SBS 기획팀 명의로 작성됐다. 문서명은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다. 이 문서는 태영 지주사 개요, SBS 및 계열회사 영향, 증손회사 관련 검토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SBS본부는 “2016년 당시 이미 윤석민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한 태영건설의 지주사 전환이 SBS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각 항목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서의 ‘SBS 및 계열회사 영향’ 부분에는 “TY홀딩스의 증손회사가 되는 SBS 자회사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상태에 놓여 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기술돼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의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 해야하는데 방송광고법상 M&C, 웨이브 등 SBS 자회사는 40% 이상 지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서에는 이를 “TY홀딩스 종속회사 편입 대상 회사들에 대한 지분처리 이슈 발생”이라고 처리했다. 당시 SBS 경영진은 TY홀딩스 설립 이후 발생할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문서에 따르면 사측은 SBS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5가지 대안을 고민했다. SBS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자회사 지분을 100% 사들이는 방법이나 사업을 포기하고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방안으로 SBS 자회사를 SBS미디어 홀딩스에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법인합병을 통한 규제 회피 방안으로 SBS미디어홀딩스와 SBS를 합병하거나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SBS본부는 이를 두고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한 간접 지배 체제를 파괴하고 과거처럼 대주주에 의한 직할 지배 체제로 회귀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2004년 재허가 파동을 거치며 SBS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와 사, 시청자 대표까지 참여해 구축한 소유 경영 분리 체제, 미디어 홀딩스를 통한 간접지배 방식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해당 문건의 방안이 실행된다면 오는 12월 SBS 재허가 심사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물론 이번 문건에 담긴 방안들이 실제로 실행될지 여부에 대해 SBS본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SBS본부는 "경영진이 이미 3년 전 부정적 가능성을 검토하고도 이번에 알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SBS사측은 현 경영진은 해당 문건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가 입수했다는 문건은 2016년 초 SBS홀딩스에서 SBS기획팀으로 전적한 직원이 기획팀 내 정보공유 차원에서 작성했던 것”이라며 “당시 태영건설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관련 계획은 중단돼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라인에 있던 당시 기획본부장도 문건을 본 적이 없으며 박정훈 사장은 당시 제작부문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현 SBS경영진은 문건을 보고받거나 알 수 있는 직책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SBS 사측은 "2016년 문서를 이유로 현 경영진이 직원들을 속였다고 호도하는 건 ‘명예훼손’"이라며 “TY홀딩스 문제는 SBS와 자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SBS는 TY홀딩스에 자회사를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달 22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TY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신설하며 분할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SBS는 SBS미디어홀딩스 위에 TY홀딩스가 위치한 이중 지배구조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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