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개인정보 도둑법’이라 불리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가명처리된 정보는 민간기업에 맡겨 상업적 활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우려와는 전면 배치된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인정보보호법학회·스타트업얼라이언스·체감규제포럼이 주최한 <데이터 3법의 개정과 향후 입법과제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네이버가 지원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들은 법학 교수, 대형 로펌 변호사 등으로 데이터3법이 허용하고 있는 '과학적 연구'에 사기업의 상업적 연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발표자는 없었다.

이날 토론회장은 업계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기조발표에서 “오늘 세미나를 통해 (개인정보 관련) 창업자를 힘들게 하는 불확실성 해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데이터 3법(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과학적 연구, 통계 작성, 공익적 기록보전에 한해 정보 주체(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 동의 없이 가명처리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는 '기술의 개발과 실증·기초연구·응용연구 및 민간투자 연구 등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뜻한다. 하지만 일반 사기업의 상업적 활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가명정보의 경우 결합 등에 따라 개인정보 재식별 위험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연대, 진보넷,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 11개 시민·노동단체는 17일 ▲개인정보 '과학적 연구' 활용범위 구체화 ▲가명정보에 대한 안전조치 강화 ▲가명정보 결합조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아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중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내용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절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

제28조의2(가명정보의 처리 등)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②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항에 따라 가명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서는 아니 된다.

<데이터 3법의 개정과 향후 입법과제 모색> 토론회 참가자들은 “일반 사기업에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와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들은 데이터 3법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은 미미할 것이며 법의 모호성을 최소화해 산업 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가명처리 정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작의 결과를 가져오고, 전문기관과의 결합을 통해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전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가명처리 정보가 불명료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상업적 활용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이 제한된다는 논리가 있다“면서 ”법 해석은 관련 법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각 개별법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 국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정부는 산업적·상업적 목적을 포함한다고 밝혔고, 입법 목적이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법 제안 이유에 ‘산업적 이용’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다른 해석이 성립되긴 어렵다”면서 “과학적 연구에 관한 조항 역시 민간투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반 기업의 투자 연구 역시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명정보에 정보 주체의 권리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가 가명화 되었기 때문에 제공자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인호 교수는 “가명정보가 유효하다면 프라이버시나 정보 주체의 권리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가명정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규범적으로 차단된다면 위험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보호의 이익은 거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데이터 3법 관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니 정부는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과학적 연구는 산업적 연구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의 과도한 공적 규제가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과학적 연구’가 온실 속을 뜻한다면 아무 의미 없다”면서 “법에서 말하는 ‘과학적 연구’는 상업·공익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우주적 활용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중론을 폈다. 홍대식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은 가명정보 활용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일반 기업이 연구기관·대학의 연구에 참여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방향이 안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의 개정과 향후 입법과제 모색>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최장혁 행정안전부 전자정부국장은 “데이터 3법은 ‘정보 보호와 활용’이라는 양극단의 가치가 함께 있다”면서 “두 가치는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양 가치를 최대한 수렴해 당면한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시민사회, '데이터3법' 개인정보보호 강화안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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