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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언론 못 믿을 때 독립 PD들이 찾아왔다"영화 '부재의 기억'이 못다 한 이야기… '4·16기록단'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계속되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2.18 14:1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아무도 믿지 못했다. 국가도, 기존 언론도 믿지 못했다. 그런데 몇몇 젊은 감독분들이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찾아왔다. 기록이 필요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영화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와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영상과 통화기록을 중심으로 참사 현장에 오롯이 집중한 영화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이름은 '언론 참사'다. '부재의 기억'은 그 자체로 참사 당시 '언론의 부재'에 질문을 던졌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승준 감독을 비롯해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 2학년 5반 김건우 군 어머니 김미나 씨, 2학년 8반 장준영 군 아버지 장훈 씨(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4·16기록단' 한경수 PD 등이 자리했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2학년 5반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 이승준 감독, 2학년 8반 장준영군 아버지 장훈씨. (사진=미디어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봉남 PD 등 독립PD 10여명이 참여한 '4·16기록단'의 도움으로 완성된 영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무렵, 유가족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독립PD들 역시 불신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독립PD들의 진정성 어린 모습에 이내 마음을 열었고, 독립PD들은 유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다. 

유가족들이 기존 언론과 달리 '4·16기록단'에 마음을 열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가족을 대표해 장훈 위원장은 "국가도, 언론도 믿지 못할 때 왜곡하지 않는 기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젊은 감독 몇 분이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와서 찍겠다고 찾아왔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몰랐고, 기존 언론인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저희가 찍을 수 없는 저희의 일거수 일투족을 찍더라. 그런 부분을 많이 믿게 됐다"고 회상했다.

장 위원장은 "참사 100일 후 방송되기 시작했는데 저희 말을 왜곡해서 보도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잘라내지 않고 내보냈다"며 "기존언론과 달리 저희를 취재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고, 있는 그대로 찍었다.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유가족들을 냉정하게, 그리고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봐 줄 눈이 필요하다"면서 "오늘만큼은 저희 유가족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여기 계신 독립PD 분들은 세상의 아픈 부분을 쫓아다니신 분들"이라며 "그 노고가 '부재의 기억'이라는 꽃을 피운 것 같다. 저희 같은 아픈 사람들을 찍는다는 건 심적 트라우마가 크게 남는 일인데, 감독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오늘만큼은 독립PD 분들이 빛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영화 '부재의 기억' 포스터 (출처=4·16연대)

같은 질문에 이승준 감독은 "사실 저희 독립PD들은 통제로 접근도 잘 안 됐었다"며 "저희가 가지고 있던 강점은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솔직하게,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가만히 볼 수 있는 것, 그거 하나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 감독은 "세월호를 많이 알리고 싶다는 저의 초심을 유가족 분들과 약속했고, 그 약속이 지켜진 것 같아 참 다행"이라며 "기자회견이 끝나면 열기가 식을 수 있는데, 저는 이게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세월호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4·16기록단' 한경수 PD는 "기록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목적 자체가 '작품을 만들자' 이런 게 절대 아니었다"며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이 많은 상태였다. 현장 상황이 너무 다른데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겠구나', '무조건 기록해놔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PD는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저희가 촬영한 모든 촬영본은 유가족협의회 허락 없이는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영화가 노미네이트된 건 참 다행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너무나 아픈 사건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통이 있는 곳에서는 그 고통에 대한 얘기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4·16기록단'은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허락 없이는 어떤 작품도 만들지 않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고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는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 세월호의 진실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져주길 간절히 기대했다"며 "미국에 가서 전 세계 아이들은 반드시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얘기하고 싶다고,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6년간 쉬지 않고 싸워오고 있다고, 이런 부모들의 싸움을 응원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고 김건우 군 어머니 김미나 씨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25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사진을 찍은 게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다"며 "저희 아이들이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는 게 저는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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