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안팎까지 프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체력이 따라야 하고, 점점 빨라지면서 정교해진 경기 템포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관리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한다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선수들을 두고 '레전드'라는 칭호를 붙입니다.
최근 K리그에 노장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어느덧 32살인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은 출전하는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프로축구연맹에서 선정하는 주간 MVP를 3번이나 타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며, 수원에서 전남으로 새 둥지를 튼 골키퍼 이운재의 활약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또 잠시 침묵했다 지난 8라운드 대구 FC전에서 통산 98호골을 기록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은중, 37살의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플레잉코치임에도 부산 아이파크의 도약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김한윤도 '노장 투혼'을 발휘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키퍼, 필드 플레이어의 두 '최고령 선수' 김병지(경남 FC)와 김기동(포항 스틸러스)의 활약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입니다.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기록을 만들어내는 이 두 선수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시즌 초반, 팀의 안정적인 성적에 큰 역할을 하고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K리그 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투혼'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보는 팬들 뿐 아니라 함께 뛰는 후배 선수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드 플레이어 최고령 선수 김기동의 활약도 역시 눈길을 끕니다. 김기동은 지난 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컵대회 인천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해 39세 3개월 24일의 나이에 득점, 도움을 하면서 '프로축구 새 역사'를 썼습니다. 정규리그, 컵대회 가릴 것 없이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그대로 이어왔던 김기동은 패널티킥 골이 아닌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필드골을 쏘아올리는 저력을 보여주며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어리면서도 발 빠른 선수들이 많아진 가운데서도 특유의 성실함으로 팀의 정신 지주 역할도 하고, 이따금씩 매서운 공격력으로 후배들의 혼을 빼놓았던 김기동의 플레이는 포항 스틸러스의 초반 상승에 큰 힘이 됐습니다.
이들의 꾸준한 활약은 K리그에도 꼭 필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K리그는 30대 중반 정도 되면 선수들이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거나 감독의 판단으로 경기 출장을 줄이면서 서서히 은퇴 수순을 밟아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선수들이 '불가능은 없다'면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계속 해서 보여준다면 이들이 바랐던 것처럼 후배 선수들에게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라는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함께 뛰면서 이들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면 K리그에서도 오랫동안 뛰며 맹활약하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30년을 바라보는 나이인 K리그에도 역사, 기록, 스토리 등 다양하고 풍성한 자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김병지, 김기동은 K리그 레전드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장 선수 반 데 사르, 라이언 긱스 등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지금도 충실히 소화하는 이들의 변치 않는 모습은 K리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더욱 가슴 뭉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혹을 넘기거나 앞두고 있는 나이임에도 이 두 선수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계속 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존경심이 제대로 우러나오게 하는 두 레전드, 김병지, 김기동의 투혼을 많은 팬들은 진심으로 응원하고,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욱 멋지게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변함 없는 활약도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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