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기가 출범식을 가졌다ⓒ권순택
언론 및 시민사회로부터 ‘방송계의 공안검찰 재탄생’이라 비판 받아온 방송통신심위원회 2기가 공식 출범했다.

법무법인 ‘여명’ 대표 변호사인 박만 위원장은 2003년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지휘한 대표적 공안통이란 지적을 받아온 인물이다. 또한 KBS 이사로 재직하던 2008년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결의를 주도한 ‘공영방송 파괴 6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이명박 대통령이 또 다른 방통심의위원으로 지목한 최찬묵 변호사와 함께 ‘박만-최찬묵 공안라인’이라고 비판해왔다.

9일 오후 5시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및 박만 위원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언론·방송의 자유보다는 ‘저급한 정보로 인한 사회분열’을 앞서 이야기하며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2기 방통심의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박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언론의 자유, 방송의 자유, 통신비밀의 보장 등 기본권은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도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라 앞서 살펴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제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과 통신이 지나치게 상업화됐다”고 지적한 뒤,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저급한 정보와 퇴폐풍조를 확산시킬 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오히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마땅히 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만 위원장은 방통심의위가 ‘독립기관’ 임을 강조하면서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우리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기관의 의미는 위법하고 부당한 간섭을 배제한다는 뜻이라며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귀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그는 취임사를 통해 심의의 결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관적인 결론은 소신이 아니라 고집이고 독선”이라며 “방송과 통신계의 준사법적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만 위원장은 “30여 년간 법조계에 몸담아 왔기 때문에 방송통신에 대해서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면서도 “다행인 것은 우리 위원회의 주된 업무내용이 심의규정의 해석적용에 있기 때문에 법조경력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5월 9일 오후 5시 방송회관에서 박만 위원장이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권순택

과거 국가보안법 적용?…“법치주의에 기인한 것일 뿐”

시민사회는 박만 위원장의 취임과 관련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1기 박명진-이진강 위원장은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중징계 등으로 ‘정치심의’, ‘청부심의’, ‘6:3위원회’, ‘자판기 위원회’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공안통’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박만 위원장의 취임으로 인해 방통심의위의 정치심의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취임식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박만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가 과거 공안사건을 많이 했고 또한 원칙대로 처리한 것들을 두고 ‘극우’, ‘강경파’로 비난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분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를 강조한 뒤,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 역시 법치주의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심의위는 독임제가 아니다. 합의제 행정관청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중동매경 종편과 관련해서는 “종편이 생기면 여러 가지 방송이 다양해진다. 차별적으로 심의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심의를 할 때) 법에 매체에 따라서 차별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탄압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이 ‘상임위원’

총 9인으로 구성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등)에 따라 3인은 대통령이 지목하고,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 나머지 3인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으로 위촉된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박만 법무법인 여명 변호사, 최찬묵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박성희 이화연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를 위촉했다.

문방위 몫으로 한나라당은 구종상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민주당은 장낙인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추천해 의결했다. 또한 국회의장 몫으로 한나라당은 엄광석 전 SBS 논설위원과 권혁부 현 방통심의위원을, 민주당은 김택곤 전 전주방송(JTV) 사장을 추천했다.

한편, 방통심의위 2기는 전체회의를 통해 권혁부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김택곤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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