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저돌적이고 매 경기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던 '영록바' 신영록(제주 유나이티드) 선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얼마 전 경기장에서 봤을 때도 팀을 위해 참 열심히 뛰고 당당했던 선수가 갑자기 의식 불명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큰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축구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웠습니다.

올 시즌 제주로 팀을 옮겨 부활의 날갯짓을 펴려 했던 공격수 신영록이 대구 FC와의 현대오일뱅크 2011 9라운드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됐습니다. 신영록은 후반 37분에 교체 투입돼 10분 가까이 뛰다 후반 종료 직전 슈팅을 하고 난 뒤 돌아서면서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쓰러졌습니다. 현장 의료진이 응급 조치를 취하고 한라의료원으로 긴급 후송해서 다행히 호흡, 맥박을 정상적으로 찾기는 했지만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아 당분간 의료진이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엄격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이렇다 할 큰 신체적인 문제도 없었던, 워낙 강인한 선수로 잘 알려진 선수였다보니 신영록의 이번 사고는 가족, 선수단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 올림픽 대표 시절,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신영록. 이런 모습을 다시 꼭 보고 싶다.
신영록 하면 축구팬들은 '영록바'라는 별명을 떠올립니다. 코트디부아르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를 연상시키는 빼어난 득점력과 파워풀한 플레이가 많이 흡사하다는 뜻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습니다. 그만큼 신영록은 공격수답게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어렸을 때부터 꾸준하게 성장해왔던 '장래가 촉망됐던' 선수였습니다. 특히 기성용, 이청용 등과 함께 나섰던 2007 캐나다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신영록은 미국과의 1차전, 브라질과의 2차전에서 연속골을 뽑아내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2005년 대회에서도 스위스를 상대로 1골을 넣은 바 있었던 신영록은 U-20 월드컵 두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차세대 간판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어린 나이에 마스크 투혼이 참 빛났던 선수로도 기억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신영록이었습니다. 2005년 U-20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턱을 다쳐 안면보호대를 차고 통증을 참아가면서 경기를 뛰었던 신영록은 비록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1-2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소중한 1골을 뽑아내는 투혼을 발휘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불편한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고, 제공권 다툼을 위해 헤딩도 해야 했지만 신영록은 이 모든 것들을 꿋꿋하게 견디면서 조별 예선 3경기를 모두 거의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7년 대회에서도 신영록은 비슷한 상황을 맞아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브라질과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를 맞아 코뼈가 부러져 정상적인 경기 소화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신영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후반 44분 집념을 발휘해 추격골을 넣어 한국 축구의 16강 희망을 조금이나마 이어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어 폴란드와의 최종전에서도 역시 코에 깁스를 하고 후반에 교체 출전, 발리슈팅을 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크게 다친 가운데서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팀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친 신영록의 투혼 플레이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모든 시련을 꿋꿋하게 견디며 플레이를 한 그 모습에 기대를 가진 시선이 많았습니다.

최근에 다소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잠시 잊혀지는 존재가 되기도 했지만 박경훈 제주 감독의 조련 아래 재기 의지를 다지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U-20 월드컵, 베이징올림픽 등의 활약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고는 터키 부르사스포르로 이적했던 신영록은 임금 체불, 이적 동의서 문제 등으로 다시 국내로 들어온 뒤 친정팀 수원 삼성으로 복귀해 '잃어버린 2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영록은 새로운 환경에서 재기를 꿈꿨고, 지난해 준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던 박경훈 감독의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터닝 포인트를 찾으려 했습니다. 비록 리그에서는 골이 아직 없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골을 넣는 등 '국제용 선수'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의식 불명 사고를 겪으면서 최대 위기를 맞아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다면 여전히 위중한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골 넣을 때마다 참 당차고 다부지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던 그런 신영록이 이렇게 쓰러져 있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U-20 월드컵 때 두 번이나 보여준 그 투혼처럼 꼭 다시 일어서서 활기차게 뛰는 '영록바'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을 팬들은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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